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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어멈 Jun 16. 2021

봉봉이가 넘어진, 슬픈 아침.

이렇게 속상하고 마음 아픈 순간이 될 줄이야.



슬픈 아침이었다.

아침에 있었던 작은 일로 마음이 이렇게 속상할 줄이야.


유독 그런 날이 있다.

준비를 미리 했는데도 시간에 쫓기는.

괜히 마음이 분주하더니, 오늘따라 더 그랬던 것 같다.


그렇게 부랴부랴 두 아이를 채비해서 봉봉이를 데려다주러 학교로 가는 길이었다.

셋이 손을 잡고 걸어가는 날은, 많이 더워진 날씨탓에 탱글이가 돌아오는 길 내내 안아달라는 날이 많아서, 오늘은 탱글이 킥보드를 가져가기로 했다.


다른날엔 별로 그러지 않으면서, 유독 오늘따라 봉봉이도 탱글이에게 잔소리가 많았다.

“그렇게 가면 넘어져, 엄마 발이 밟히잖아, 조심해서가. 달리면 안 되지~”등등.

그걸 보며 나는 또 봉봉에게 말했다.

“봉봉아 그냥 잔소리는 엄마만 할게. 탱글이가 누나 좋아하는데 잔소리해서 싫어하면 안 되니까.”

그래도 아침 분위기는 조금 차분했지만 부드러웠다.


얼마나 갔을까?

아파트를 빠져나가려면 돌계단을 지나 나가야 하는데, 탱글이의 씽씽이를 내가 들어야 하니 봉봉에게 탱글이 손을 부탁했다.

그렇게 한두 발 내려오는데 왠지 불안해 보여서 내가 탱글이의 남은 손을 잡은 순간!


봉봉이가 넘어졌다!!!


그 순간 “많이 아파? 괜찮아?? 어디 보자. 괜찮은 거 같아.”라는 말이 왜 먼저 나왔는지.

정작 당사자 봉봉은 아직 아픈데 왜 내가 괜찮다고 한 걸까? 안 괜찮은데 말이다.

등교 통로라서 조금 뒤로 나와서 보니 팔도 긁히고 무릎도 까지고.

심하게 다치진 않았지만 아이로선 충분히 아프다고 느끼고 놀랬을 상황이다.


나도 당황하고 탱글이 자전거도 들고 있고 그 와중에 계단 중간이니 탱글이 손도 잡고 있고.

부랴부랴 계단 위를 다시 올라 봉봉을 살펴보니, 바로 학교를 갈 상황은 아니었다.

“집에 돌아가서 약 발라줄게. 아팠겠다. 많이 피나거나 그러지 않으니까 울지 말고.”

그렇게 우린 집에 돌아와 약을 바르고, 다시 출발했다.

그 와중에 봉봉이가 학교를 못 가겠다고 한 것도 아닌데 “학교 못 갈 정도는 아니지?, 괜찮아.”

라고 거듭 봉봉이에게 당부만 해댔다. 차라리 꼬옥 안아줄걸.


학교 앞에 도착하니 이미 등교시간이 조금 지나서 아무도 없고, 봉봉이만 들여보냈다.

늘 학교 앞에 도착하면 뒤도 안 돌아보고 아기 스위치를 끄고, 씩씩이 스위치를 켜는 봉봉이기에

오늘도 잘 다녀오라고 괜찮을 거라며 들여보냈는데.


그 뒷모습을 보며 보내고 나니 갑자기 눈물이 줄줄 흘렀다.

누가 볼세라 탱글이 뒤를 쫓아가는 척하며, 땀 인듯이 눈물을 닦았지만 쉽게 멈추지 않았다.


무엇보다 미안했던 건, 그 순간 탱글이 씽씽카는 손에 들고 있으면서

봉봉이는 바로 안아주지 못했던 것.

아이가 많이 큰 것 같아도, 여전히 내 아기인데.

그 순간 바로 안아주지 못한 마음이 몰아치게 갑자기 미안해졌다.


늘 씩씩한 아이가 사실은 엄마가 안아주길 바랬을텐데.

오늘은 돌아오면 엄청 뽀뽀해주고 안아줘야지.

사실 세 번이나 눈물이 났던 건 절대 비밀로 해야지.


미안한 마음에 편지 한 장과 요새 봉봉이가 한창 빠져있는

매직큐브를 만들어서 이제 데리러 가야겠다.

사랑해 봉봉, 미안해 봉봉.


그 순간 너를 1번으로 생각하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그래도 엄마 마음속에 1번아기는 봉봉이 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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