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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오리 Jun 26. 2024

새벽의 노래


새벽 3시. ’활어‘ 경매가 시작되었다.

거대한 물살이의 몸이 칼로 해체되고 있었다.



경매 소리가 죽음의 노래 같았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이 퍼져나갔다. 웅얼웅얼. 인간들의 힘찬 목소리가 쩌렁쩌렁 경매장을 가득 채웠다.


끝없는 노란 박스들. 그것은 관이었다. 직원은 호스로 관에 물을 채워놓았다. 물살이를 위해 준비된 관. 끊이지 않고 펼쳐지는 노란 관짝들.



힘찬 함성소리, 빵빵 거리며 지나가는 경매 진행자의 카트, 관짝 내려놓는 소리, 높이 튀어 오르는 물살이.


물살이들은 계속 실려 왔다. 끝이 없었다. 가방이 무거워 어깨가 아파왔다. 이 경매는 도대체 언제 끝나는 걸까.



“물 튀어요.” 직원이 말했다. 커다란 노란 수레에 있던 물살이들은 온몸을 움직였고, 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들이 몸으로 쳐서 내는 물살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얼굴에 튀는 물을 느끼며 알았다. 그 힘은 깊은 바다의 물살을 가르는 용도다.


철썩거리는 소리가 파도의 소리였다면 좋았겠지만, 이곳에서 들리는 소리는 고통의 소리였다. 관 밖으로 빠져나온 물살이들이 바닥에 철썩철썩 부딪히는 소리.


상인은 관 밖으로 탈출한 물살이를 번거롭다는 듯이 발로 차서 다시 관 속으로 넣었다.



물살이 경매는 내내 경쾌했다.


슛-! 축구 중계 소리 같았다.



4시 10분경, 킹크랩을 담은 파란 바구니들 앞에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갑각류 경매 시작이다. 어떤 바구니엔 다리만 잔뜩 들어있었다. 여기 오는 동안 누군가는 이미 다리가 절단된 것이다. 덜렁. 다리들만 모아 무게가 적혀있었다. 자투리 몸뚱이.



‘활어’ 경매가 끝나갈 무렵, 찢긴 계근표 조각들이 핏덩이들과 함께 배수 구멍에 걸렸다.





갑각류 경매장에서 싸움이 일어났다. 바가지를 쓴 손님이 상인에게 항의했고 거친 몸싸움으로 번졌다. 인간은 불의는 참고, 불이익은 참지 못한다던 한 소설 속 문장이 떠올랐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칠게 몰아치던 그는 이곳에서 일어나는 가장 큰 불의는 관심이 없었다.



부지런한 인간들의 새벽 노동. 수산시장의 이미지는 그렇다.


아침 해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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