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삼덩굴로 가득 덮힌 울타리. 그 너머엔 축사가 있다. 지독한 냄새와 비명소리가 웅웅 퍼졌다. 동료는 바로 앞에 있는 환삼덩굴을 안에 갇힌 이들이 평생 못 먹는 것에 안타까워했다. 모두들 그랬다.
울타리는 길게 이어졌다.
축사 주변에 묶여 있던 또 다른 존재. 흑염소. 가족으로 추정되는 이들이었다. 나는 이들이 어디로 가는지 안다. 경매장에서 팔려 몸이 꽉 끼는 철창에 쑤셔 넣어지거나, 데굴데굴 구를만큼 넓은 탑차에 갇혀 건강원으로, 식당으로 가게 될 것이다. 목에 줄을 하지 않은 가장 어린 염소를 데리고 도망가고 싶었지만 역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울타리는 반드시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는 말을 새삼 떠올린다.
도지사의 스마트축산 철회 선언은 기쁘지 않았다. 현실은 코앞에 수많은 돼지가 갇혀 있는 시설조차 제대로 볼 수 없다. 생명보다 인간이 소유한 물건에 대한 권리가 더 높은 세상이다. 모세혈관같은 각종 권리들이 징그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어제의 그들이 마지막으로 향하는 곳.
한 활동가가 이전 비질에서 새벽이와 잔디가 좋아하는 환삼덩굴을 잔뜩 뜯어다 줬다고 했다. 엄청 좋아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그들은 태어나서 처음 본 풀에 어색해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한 활동가가 블루베리를 꺼냈다. 돼지의 입에 넣어주자, 그가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 뭐지? 이거 맛있나?’ (오물오물) ‘좀 괜찮네?’
하는 것이 그의 표정에서 스쳐지나갔다.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었던 그. 새벽이와 잔디는 과일을 좋아한다. 블루베리가 그가 먹은 첫 과일인 것이 슬펐다.
어제 축사 근처를 배회하며 들었던 다양한 비명소리는 도살장 앞에서도 들렸다. 돼지들은 그렇게 평생 소리를 지르는구나.
오늘도 직원분이 부지런히 문을 열고 닫으며 돼지의 모습을 감추기 바빴다. 비질을 처음 시작할 즈음, 어떤 걱정이 있었다. 만약, 돼지 한 명이 탈출을 하게 된다면, 우리에게 달려온다면, 몸으로 그를 숨기고, 막아서는 상상과 걱정. 그런데 철문이 굳게 닫히고 나니 그건 무의미해졌다. 돼지는 탈출해도 철문 밖으로 나올 수 없다. 그 안에서 뱅글뱅글 도망칠 것이다. 철문은 단순히 모습만 가린 것이 아니라, 일말의 탈출 가능성도 제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