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종료

by 봉봉오리



앵두를 만나려면 일종의 관문이 있다. 첫 번째 관문은, 화가 많은 작은 개다. 이층 집에 사는 그 개는 집 주변을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그 개는 나를 보면 있는 힘껏 노려보며 동네가 떠나가라 뭐라 한다. 내가 자신의 영역에서 벗어날 때까지 쫓아다니며 호통을 친다. 간식으로 회유해 본 적도 있는데, 간식을 빠르게 먹고서는 다시 극도로 분노한다. 나도 이젠 기분이 상해서 쳇 하고 지나간다.


그 개를 지나쳐 10m 정도 가면 숯댕이가 버티고 있다. 두 번째 관문이다. 화 많은 개가 나를 향해 짖을 때부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데, 나를 발견하고 나면 어쩔 줄을 모른다.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면서 빨리 산책을 가자고 난리다. 낑낑 소리를 낸다.


항상 이런 텐션이다


오늘은 앵두와 퉁실이를 돌보기 위해 방문한 것이라 아쉽지만 산책을 못한다고 설득을 시도했지만, 당연히 소용없었다.


기대에 찬 숯댕이


숯댕이는 자신을 지나쳐서 앵두네로 가는 나를 향해 울고 소리치고 애원했다. 산책을 한 후에도, 늘 이런 반응인 숯댕이다. 앵두네는 약 100m 정도 걸어가야 하는데, 숯댕이의 소리는 온 동네와 산을 넘어 쩌렁쩌렁 울린다.


그 소리를 듣고 앵두가 저 멀리서 이미 반응하고 있었다. 보호처의 고양이들을 사냥하려는 앵두로 인해, 앵두는 현재 퉁실이와 펜스 안에서 지낸다. 앵두가 펜스 안에서 나를 보고 열심히 아는 체를 했다. 답답했지 하며 문을 열자 앵두와 퉁실이가 나왔다. 퉁실이는 앵두의 그림자처럼 졸졸 따라다녔다. 본격적으로 돌봄을 시작했다.






그런데, 숯댕이가 나타났다.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거지?

줄을 끊고 탈출한 것인가?


보호처의 다른 개 둘은 침입자인 숯댕이를 온몸으로 경계했다. 과거 패싸움 전력이 있던 사이였다. 패싸움만은 막고자 간식으로 시선을 돌린 사이, 숯댕이와 앵두는 저 멀리 함께 달려가고 있었다. 점이 되어 둘이 사라졌다. 퉁실이와 나는 어리둥절하고 허탈한 표정으로 멈춰버렸다.



우리 어쩌지.

망했다.





사라진 숯댕이와 앵두 쪽을 바라보며 온갖 생각을 했다. (패싸움만은 안 돼)


5분 정도 지나자 산 위에서 재빠르게 뛰어가는 두 형체를 발견했다. 휴. 멀리는 가지 않았다. 숯댕이를 애타게 부르자 결국 돌아왔고 내가 쥔 줄을 그의 목에 연결할 수 있었다.


‘체포’된 숯댕이


그 난장판의 상황에서도, 나는 저 멀리 점이 되어 사라지는 숯댕이와 앵두의 뒷모습이 좋았다. 두 개만이 나누는 감정, 친밀함, 욕구가 느껴졌다. 줄에 묶여 속도를 조절당하지 않고 마음껏 달리는 둘이 아름다웠다. 잊지 못할 모습이었다.






숯댕이를 다시 원래의 자리로 데려갔다. 상황을 보니, 가죽 목끈의 쇠고리가 빠진 것 같았다. 언제나 숯댕이가 이 줄을 끊고 탈출하길 바랐는데, 정말 성공한 것이었다. 막상 성공했는데, 나는 그를 붙잡아 다시 제자리에 데려올 수밖에 없었다.


용기가 없어서 미안합니다.



마침 보호자를 만났고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친구가 보고 싶었나봐요”라며 머쓱하게 말하며 그의 눈치를 살폈다. 그는 별말없이 웃으며 다시 쇠고리를 걸었다. 다행히 숯댕이는 ‘혼나지’ 않았다.



새벽이 울타리를 쳐서 헐거워졌을 때, 나는 케이블타이로 열심히 울타리를 조였다. 다른 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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