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수확
장마 전에는 감자를 캐야 한다고 한다.
우리는 감자를 세 줄로 세 개씩 총 9개를 심었다.
올 4월은 예년에 비해 추워 그만큼 감자 싹이 늦게 났다.
주변 텃밭은 모두 감자싹이 나서 쭉쭉 자라는데 우리 텃밭만 감감무소식이었다.
우리 감자가 싹이 날지 말 지가 우리의 관심사였는데 어느 날 하나 둘 나기 시작했다.
주인할아버지께 여쭈어보았다.
"우리 감자는 잘 클 수 있을까요?"
문제없다고 하신다.
아이의 발달이 문제없음을 의사 선생님께 확인하는 심정이었다.
이윽고 시간이 흘러 다른 텃밭의 감자들이 메마르고 줄기와 잎이 옆으로 쓰러지며 시들시들해져 갔다.
속으로 '저 집 감자 농사는 망했네.' 했다.
감자는 도대체 언제 수확하는지 궁금하여 감자를 수확하고 계시는 이웃 텃밭 아저씨께 여쭤봤다.
이렇게 줄기가 옆으로 쓰러졌을 때 하는 거란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속으로 아는 체 한 내가 우습다.
밭에서는 이렇게 하나 둘 배워간다.
장마 전에 수확해야 한다고 하는데 우리 감자는 특히나 늦게 싹이 났기 때문에 최대한 더 크게 하려고 이리저리 각을 쟀다.
주말 사이 비가 흠뻑 와서 이대로 장마는 아니겠지 하는 불안감도 자못 들었으나, 일기예보대로 곧장 해가 났다.
시범 삼아 하나만 감자를 수확해 보았다.
탁구공만 한 감자부터 어른 주먹만 한 감자 까지 크기와 모양이 각양각색이다.
게다가 하나에서 뻗어나가 달린 감자가 자그마치 스물이다.
세 달 동안 20배의 수확이라니 이렇게 이문이 남는 장사도 없다.
그 와중에 놀라웠던 것은 씨감자의 모습이다.
20개의 자식을 만들어내는 동안 씨감자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녹아내렸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사랑은 인간에게만 보이는 모습이 아닌 것이다.
그 어떤 생명이라도 몸이 녹아내리는 모습으로 생명을 키워나간다.
나의 양보와 희생으로 자식은 성장해 간다.
고루한 이 문장이 사실이었음을 감자를 통해 또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