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Leader) 일 때, 리더(Reader)가 되자
항상 출근길은 정신이 없다. 아주 가끔(?) 일찍 일어나더라도 게으름을 피우기 마련이고, 늦게 일어나면 허겁지겁 출근 준비를 한다. 덕분에 버스나 지하철에서는 항상 피곤에 찌들어, 부족한 잠을 보충하거나 최신 뉴스를 접한다는 이유로 스마트폰을 만지기에 바빴다. 그렇게 회사에 도착하고 짐을 풀고 나서 시간을 확인하면 업무 시작 5~10분 전이었다.
오늘은 퇴근하고 책 좀 읽어야지
업무를 준비하면서 퇴근 후에 책을 읽겠다고 다짐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막상 퇴근 시간이 되면 온갖 예상치 못한 일이 주변에서 우후죽순 발생한다. 갑자기 야근을 하게 되거나, 내 의사와 상관없이 회사 동료와 술 약속이 생기고, 가만 생각해보니 이번 달에 한 번도 가지 않았던 헬스장도 가야 된다. 이뿐이랴, 업무에 치여 피곤한 날도 있고 집에 도착하면 평소에 보이지 않던 빨랫감이 수북이 쌓여있거나 욕실 곳곳에 물때가 보이기 시작한다.
분명 의욕 가득이었던 아침에만 하더라도 퇴근 후 독서를 다짐했지만 오늘도 어제처럼 읽지 못했다. 도대체 독서는 언제쯤 할 수 있을까? 하루의 끝에서는 늘 아쉬움만 가득하다. 그 아쉬움의 무게만큼 실천하지 못한 데에서 오는 죄책감도 패키지로 따라온다.
아침에 일어나면 전날 충전기에 연결한 스마트폰의 배터리는 항상 완충되어 있다. 그러나 하루 동안 전화도 하고, 카톡도 보내고, 인터넷도 하면서 배터리는 점차 줄어든다.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우리는 다시 충전하기 전까지 중요한 전화나 정말로 필요할 때 쓰기 위해서 배터리를 최대한 아껴둔다.
우리의 하루도 다르지 않다. 스마트폰처럼 아침에 우리는 가장 많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출근 준비를 하면서, 출근을 하면서, 회사에서는 업무와 사람에 치이면서 에너지는 조금씩 줄어든다.
책 <트리거> (마셜 골드 스미스, 마크 라이터 공저)에서는 우리가 인생에서 계획을 세울 때 우리 내부에는 두 가지 인격이 존재한다는 꽤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온다. 자신을 바꾸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쪽이 리더, 계획자, 관리이며, 그 계획을 실행하려는 쪽은 부하, 실행가, 직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에 대한 가치 있는 계획을 세우는 리더의 모습으로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난다. 계획이란 멋진 것이다. 그 순간, 당신은 리더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같은 날 후반이 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당신은 다른 역할을 하고 있다. 아침에 세운 리더의 계획을 수행해야 하는 부하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 내부에서도 계획을 세우는 '갑'과 계획을 실천하는 '을'이 존재한다. 회사 사장님은 늘 파이팅 넘친다. 그래서 직원들에게도 더 많은 일들을 요구하고, 멋진 성과를 기대한다. 마치 아침에 계획을 세우는 우리 모습처럼 말이다. 그러나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하고 밀린 일을 처리하는,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대부분의 우리는 항상 의지가 부족하다. (내 회사가 아니니 부족할 수밖에 없다.) 마치 같은 날 후반의 부하처럼 말이다.
우리는 '리더'의 모습으로 계획을 세우고, 막상 실천해야 할 시간이 되면 '부하'가 된다.
돈이든, 에너지든 가용 자원이 풍부하면 우리는 리더의 모습으로 계획부터 세우게 된다. 그러나 자원이 바닥나면 계획은커녕 남은 에너지를 어떻게 활용할까 전전긍긍하는 부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현재 참여하고 있는 자기계발 모임에서는 매주 계획한 키워드를 달성했는지 체크하는 시간을 가진다. 꽤 오래전 어떤 분께서 회사에 1시간 일찍 출근해서 30분 정도 독서를 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때 그분의 말씀이 퇴근 후에 번번이 독서 시간을 확보하지 못해 고민이 많던 나에게 획기적으로 다가왔다.
왜 아침에 독서할 생각을 못했지?
작년 한 해동안 8시 20분쯤 회사에 도착해서 약 30분가량 책을 읽었다. 적은 시간이지만 아직 아무도 출근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장 방해받지 않을 시간이었다. 집중해서 읽다보면 하루에 약 50페이지 정도 읽을 수 있었고, 1주면 300 페이지 정도 되는 책들을 해치웠다.
이런 사례를 모임에서 얘기하자 다른 분들도 따라 하기 시작하셨다. 특히 마케팅 쪽에서 종사하면서 10시 출근을 하는 L 씨는 용마 씨처럼 회사에서 책 읽기에는 눈치도 보이고, 괜히 부담이 따른다고 얘기했다. 그래서 대신 9시 정도에 회사 근처 카페에서 40분 정도 책을 읽는 방법을 택하셨다. 덕분에 예전에 비해 독서량이 엄청 늘었고, 좋은 습관이 장착돼서 기분이 좋다고 고맙다는 말씀을 건네주셨다.
아침 독서 30분이면 1주일 동안 가벼운 책 한 권은 금방 읽을 수 있다. 책을 읽기 위해 일찍 출근하고, 덩달아 책도 읽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니 상사분들이 더 좋아하신다. 작년 연말에 팀장님과 고과 면담을 할 때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셨다.
책 읽는 습관은 정말 좋은 습관이다. 항상 아침 일찍 와서 책 읽는 모습이 보기 좋다.
평소에는 아무런 말씀을 하지 않았지만 다 보고 계셨던 것이다. 2016년 대비 2017년은 독서량이 정말 많이 늘었다. 한 해 동안 대략 70권을 읽었다. 2월에 크레마 사운드를 구입해서 이동 시간에 전자책을 활용한 이유도 있지만 아침 독서 30분의 힘이 정말 컸다. 독서량이 늘지 않아 고민이라면 필자처럼 아침 시간을 활용해서 독서를 해보는 건 어떨까? 꼭 새벽에 일어나지 않아도 된다. 조금만 일찍 출근해서 30분만 투자하면 주변의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