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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용마 Apr 05. 2018

모든 기록은 질문에서부터 시작된다.

각 개인은 모두 자신의 역사가임을 잊지 말자


모든 기록은 질문에서부터 시작된다.


사람들과 기록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면 그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이 있다.


저는 적을 게 없어요.

뭘 적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정말 적을 게 없을까?


독서, 운동, 구입, 전달, 수령, 인증, 제출, 반납, 이체, 공지, 픽업, 예약, 결재,
결제, 챙기기, 회신, 출력, 준비, 회의, 신청, 마감, 반품, 납부, 휴가, 포스팅,
접수, 정산, 정리, 청소, 입금, 인출, 모임, 예매, 검사, 수술, 훈련


적을 게 없다고 말한 이들에게 위 키워드를 참고해서 앞으로 기록을 해보라고 조언한다. 독서부터 훈련까지 본인에게 맞는 키워드를 토대로 일단 아무거나 적어보라고 조언한다. 아무거나 적다 보면 정말 적을 게 많다.


출근길을 예로 들면, 아침에 몇 시에 일어났고 몇 시에 집에서 나섰고, 출근길에 지하철을 탔는지, 버스를 탔는지, 아니면 늦어서 택시를 탔는지, 택시를 타게 된 건 늦잠을 자서 그런 건지, 다른 일이 발생해서 그런 건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적다 보면 문득 궁금해진다.


가만, 이번 달에 택시를 몇 번이나 탔더라?


택시 타는 횟수가 많다는 것을 인지하고 카드 명세서를 뒤져본다. 꽤 횟수가 많다. 지난달 내역을 보니 훨씬 더 많다. 그런데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냥 늦어서 택시를 탔다는 사실만 있었을 뿐.


적기 전에는 몰랐던 일이 적다 보니 명확해진다.



언제 기록해야 하는 거지?

기록을 잘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 것


언제, 어디서 기록해야 하는 질문에 정해진 답은 없다. 위에서 아무거나 적어보라고 했던 것처럼 일단 언제 어디서나 기록을 시도해봐야 한다. 아침에 집이나 회사에서도 적어보고, 점심시간에도 적어보고, 출퇴근 길에도 적어보고, 잠자기 전에도 적어본다.


적다 보면 기록이 끊긴 순간을 알 것이다. 본인에게 맞지 않는 시간 대거나 잊어버린 경우다. 후자라면 스마트폰 알람을 이용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그러나 계속 시도해봐도 놓치게 된다면 도구를 바꾸는 것도 방법이다.


어디서 기록해야 하는 거지?


적고 싶은 마음이 강력해도 그렇지 못한 환경이 있다. 버스나 지하철, 기차에서는 바인더에 기록하기가 참 힘들다. 그래서 주로 스마트폰 메모장이나 기록 어플(Workflowy)을 통해 적어놓는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하는 즉시 바인더로 옮겨 적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즉시'다.


즉시 적지 않으면 메모장에 있는 그 기록은 한참 뒤에나 마주할지 모른다.


조금 있다 적겠다는 본인의 생각을 믿으면 안 된다.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그 프로세스에 준수해야 한다.


필자는 회사를 다녔을 때 출근 직후나 업무 시작 10분 전에 그 날의 기록을 시작했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가까워지면 주변이 산만해지기 시작한다. 그때 오전 업무에 대한 내용을 기록하고 식사를 하고 온다. 점심시간을 보내고 오후 업무를 시작할 때나 퇴근하기 10분 전에 오후 업무에 대한 계획이나 기록을 마무리 짓는다. 이후에는 집에 가기도 하고, 카페에 가기도 하고, 술을 마시기도 한다. 카페에 간다면 조금 낫지만 그 외에는 기록하기 참 힘들다. 이때는 핸드폰 어플을 이용해서 짧게 짧게 적어두고 잠들기 전에 다이어리에 옮겨 적는다.


어떻게 기록해야 하는 거지?


이번 생에 독서 전문가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으면 일단 다독은 필수다. 30세를 기준으로 80세까지 50년 동안 5천 권을 읽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하자. 이것은 평생 계획이 된다.


50년에 5천 권이면 10년에 1천 권이고, 1년에 100권이다. 2018년에 100권을 읽겠다는 건 연간계획이 된다. 100권은 또 12개월로 나눌 수 있다. 1달에 약 8.3권이 된다. 의지가 가장 강력한 1~2월에 10권을 읽고 3월부터 12월까지는 8권씩 읽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이 계획은 월간계획이 된다. 그리고 1년은 52주다. 한 주에 2권씩 읽으면 1년에 104권이 된다. 방금 세운 목표와 거의 비슷하다. 이것은 주간 계획이다.


목표 → 독서 전문가가 되겠다!

평생 계획  5,000권 (50년)

연간 계획 → 100권(1년)

월간 계획 → 8권(1개월)

주간 계획 → 2권(1주)


요즘 시중에 나오는 책들은 대략 300페이지 정도다. 하루에 100페이지 정도 읽으면 1주에 2권 정도 읽을 수 있다. 이렇게까지 하면 하루 목표가 된다. 만약 오늘 아팠거나 술자리가 있어서 오늘의 목표량을 채우지 못했다면 내일 150페이지, 내일모레 150페이지로 계획하거나, 그 일정을 미리 알고 있으면 먼저 많은 양을 읽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스케줄링에는 현재를 기점으로 순차적으로 계산해 목표 달성 시기를 추정하는 순행 스케줄링과 최종 목표 달성 시간, 즉 미래를 기준점으로 역산해서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을 선택하는 역산 스케줄링이 있다.  


독서 전문가가 되기 위해 하루에 100페이지씩 읽겠다고 사례를 든 건 역산 스케줄링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수치가 명확한 재정과 관련된 목표는 순행 스케줄링으로 계획하지만, 꿈과 같이 막연한 목표는 본인 나름대로 수치를 정량화하여 역산 스케줄링으로 계산한다면 오늘 당장 할 일이 나온다. 그렇게 되면 바로 시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무엇을 기록해야 하는 거지?


지금은 잠시 멈췄지만 작년에 기록에 가장 열심히 쏟았던 것이 책 <두근두근>이었다. 매일 기록해야 하는 작업은 기록을 좋아하는 내게도 도전과 같은 것이었다. 꾸미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마스킹 테이프이나 스티커를 붙이거나, 그림을 그리기도 했지만 내게 그런 작업들은 오히려 적는 것보다 더 번거로운 일이었다.


어쨌든 그때 적었던 내용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3rd : 해야 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 오늘의 일기

4th : 오늘의 구입, 크로노스와 카이로스 차이, 오늘 본 것, 깨달은 것, 적용할 것 


정해진 형식 없이 매일매일 적고 싶은 것을 적어나갔다. 3번째 날에는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그리고 일기를 적었다. 작년 8월에 일기 속에서 퇴사를 고민하던 나는 지난달에 퇴사를 했다. 그리고 4번째 날에는 구입한 책, 크로노스와 카이로스 차이, 오늘 본 것, 깨달은 것, 적용할 것 등을 적었다.


11th : 가보고 싶은 곳, 구입하고 싶은 책, Best App, 오늘의 문장, 여행 후보지, 해볼 것, 긴 호흡 가질 것

12th : 오늘의 문장, 배우고 싶은 것, 바스락의 장점, 오늘의 일기, 오늘의 블로거


11번째 날에는 가고 싶은 곳이나 구입하고 싶은 책, BestApp, 오늘의 문장, 여행 후보지, 나의 장점, 앞으로 해볼 것, 긴 호흡을 가지고 갈 것 등을 적었다. 특히 언제 몰입하는지 나름대로 퍼센트를 매겨본 내용이 흥미롭다. 글 쓰는 것과 기록을 좋아하다 보니 그것을 할 때는 몰입도가 높다.

 

(그때 여행 후보지 1순위였던 블라디보스토크 여행은 다가오는 4월 8일에 예정되어 있다.)


12일에는 바스락 모임의 장점을 적었다. 그때도 모임에 대한 고민이 많았나 보다. 그리고 평소 즐겨보던 블로거의 글이 너무 좋아서 필사를 했던 기억이 난다.




19th : 오늘의 문장, 앞으로의 조합, 오늘의 본깨적

20th : 오늘의 문장, 이번 주 Todo, 아이젠하워 시간 매트릭스, 꾸준히 잘하는 법, 나를 잃지 않는 방법


지금 와서 생각해도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고 기록을 했지? 할 정도로 꽤 흥미로운 내용이 많다. 분명 내가 적은 내용일 텐데 말이다. 이 외에도 정말 무수히 많은 소중한 기록들이 책 <두근두근>에 적혀있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티스토리 <누군가 피워놓은 모닥불>에는 바인더에 관한 글이 참 많다.



방금 봤던 책 <두근두근>처럼 이렇게 과거의 시행착오를 기록해놓으면 훗날 내가 헤매고 있을 때 많은 도움을 준다. 


예전에는 닉네임이 boribat이었다.


2015년 9월에 블로그에 처음 댓글을 달아주셨던 ㅎㅈ님은 최근 바스락 9기 모집에 안타깝게 떨어지셨지만 손수 감사함을 담은 문자를 보내 주셨다.


임용고시를 준비했을 때부터 어느덧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된 분의 감사인사.


바스락모임의 시작부터 지켜봐주신 분의 댓글.


기록의 효과는 꼭 나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처음에는 다시 참고하기 위해 블로그에 기록하던 것이 어느새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이웃 기능도 없고 방문자도 없던 티스토리 초기에는 정말 무인도에 온 것처럼 어떤 글을 써도 반응이 없었다. 그러나 하나둘 정리하고 시행착오를 겪었던 방법들을 공개하니 이제는 몇 년 넘게 블로그를 방문해주시는 분들의 감사 댓글이 종종 달리고 있다. (항상 감사합니다.)


무엇을 기록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다시 한번 이야기해주고 싶다.


무엇이든지, 아무거나 묵묵히 기록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의문이 들기 시작할 것이다. 그 의문은 계속 기록을 이어가야 하는지, 더 좋은 방법은 없는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적고 있는지 등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쏟아질 것이다. 무엇이든 적는 연습이 없으면 중요한 것을 적을 수 없다.



왜 기록해야 하는 거지?


적지 않으면 우리는 기억에 의존한다. 그러나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왜곡되기 마련이다. 반면 기록은 객관적이다. 객관적인 기록은 나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각 개인은 모두 자신의 역사가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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