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왜 하시나요?
기록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묻는다면 어떤 사람은 살아가면서 잊어버리는 게 너무 많아서라고 답하고, 기록한 당시의 감정이 소중해서 남기기도 한다고 답한다. 각자의 관점에 따라 기록의 필요성, 기록하는 이유가 다른 건 너무나 당연하다. 매일 일기 쓰는 사람이 있는 반면, 여행을 가야만 기록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특별한 날만 기억하고 싶어서 기록하고, 어떤 사람은 평범한 날에도 어제와 내일의 사이에 있는 오늘의 기록을 잇는다.
여전히 일상에 대한 기록의 중심에는 바인더가 있지만, 그 중심을 둘러싸고 있는 건 WorkFlowy가 차지한다. 평범한 날이든, 특별한 날이든, 여행을 가서든, 일상에서든 기록하는 것을 참 좋아한다. 책 <모든 요일의 기록>을 쓴 김민철 카피라이터는 형편없는 기억력 때문에, 인생에 기록은 필연이라고 얘기한다. 나는 기억력이 형편없지않지만 필연이라는 사실에는 고개를 여러 번 끄덕인다.
기록은 습관이 참 중요하다. 습관화 되지 않으면 적어야 한다는 사실을 놓칠 때가 많다. 습관 다음으로는 환경이 중요하다. 기록을 하고 싶어도 적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몸과 머리는 서로 다른 결정을 내린다. 머리는 기록하고 싶지만, 환경을 많이 타는 몸은 어떻게든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기록하기 원치 않는다. 시중에 독서법에 관련된 책은 많은데 기록법에 대한 책은 지극히 드물다. 기록에 관한 책들도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기록해야 한다는 것보다 기록을 통해 변화된 모습만 강조하고 있어 책을 읽는 이들이 선뜻 따라 하기 어렵다.
지난 몇 년간 WorkFlowy를 통해서 일상을 차곡차곡 쌓고 있다. 캘린더 템플릿을 통해 매일 기록하고 있지만, '일상'만 기록하는 것은 아니다. 연간 계획, 월간 계획 등 단위가 큰 계획들도 함께 병행하고 있다. 다만 큰 계획들은 매일 적지는 않는다. 시간이 날 때, 또는 자료가 어느 정도 쌓일 때 한 번씩 내용을 업데이트한다. 일상의 기록은 연속성을 가진다. 어제도 기록하고, 오늘도 기록하고, 내일도 기록한다. 무슨 대단한 일을 했기에 매일을 기록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대단한 일이 아니라도 기록한다. 그렇기에 대단한 일이 될 수 있다.
태그(#,@)가 없다면 WorkFlowy를 쓸 필요가 없을 정도로 태그는 굉장히 중요한 기능이다. 아무리 많은 자료들이 섞여 있더라도 태그 기능을 통해 원하는 정보만 추출할 수 있다. 꼭 태그가 아니더라도 이모티콘은 태그 역할을 대체한다. 영화를 관람하면 영화 이모티콘을 쓰고 여행을 다녀오면 ✈️(여행 이모티콘)을 쓴다.
태그(#,@)와 이모티콘(✈)은 원하는 정보만 담겨있는 보고서와 같다. 보고서는 1~2페이지로 구성되어있지만 간단명료하게 원하는 정보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굳이 미사여구는 필요 없다.
모든 요일에는 일기, 가계부, 타임라인이 @(at) 태그를 달고 기록의 템플릿 역할을 한다. '@일기'는 그 날 들었던 생각을 간략히 적고, '@가계부'에는 엑셀 가계부에 수입/지출을 업데이트하기 전 환승역 같은 역할을 한다. 그리고 '@타임라인' 또한 바인더에 시간 가계부를 적기 전에 핸드폰을 통해 일정을 차곡차곡 쌓는다. 모든 내용은 꼭 깔끔하게 정리할 필요는 없다. 알아보기만 하면 된다. 나중에 시간이 날 때 노트북을 사용하면 그때 깔끔하게 정리한다. 기록은 즉시성이 중요하지, 무결성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바인더를 펼치고 기록할 수 있는 환경은 언제일까? 집, 카페, 회사 사무실 정도다. 그럼 기록하기 어려운 환경은? 이동 중인 경우다. 버스/지하철을 타거나 걷고 있을 때 무슨 생각이 들어도 가방에서 바인더에 꺼내 적기는 참 어렵다. 가계부도 마찬가지다. 엑셀 가계부는 내가 원하는 결과를 추출할 수 있지만, 돈을 소비할 때마다 앱을 켜고 적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바인더와 엑셀 가계부라는 종착역에 기록이 닿기 전에 WorkFlowy를 통해 중간 기록을 적어놓는다. 바인더는 환경을 타지만, WorkFlowy는 환경을 덜 탄다. 이동 중에도 적기 쉽고, 나중에 바인더나 가계부를 정리할 때 켜놓고 기록을 이관시키면 된다.
의외로 사람들은 기록을 안 했으면 안 했지, 기록을 중복해서 적는 것을 못 참는다. 이 뿐이랴, 기록하더라도 한 곳에 모두 모으고 싶어 한다. 다시 말하면 완벽한 도구를 찾는다는 말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모든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완벽한 도구란 없다. 여러 도구들을 적절히 보완하면서 자신만의 활용법을 구축해야만 '완벽한 도구'에 가까워질 수 있을 뿐이다. 기록의 중복도, 여러 도구의 사용도 상황에 따라 매우 유용한 활용 팁이다. 그리고 매일 기록하기 위해서는 기록의 당위성을 찾는 본인의 의지를 최소화해야 한다. 기록할 때마다 '이렇게 기록한다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지?'라고 묻는다면 당신은 기록하는 행위 자체를 잃을 확률이 높다. 기록을 한 번 하기로 결심했다면 기록해야 하는 의미는 그만 찾고, 기록한 자료에서 의미를 찾자. 그럼 기록이 한결 쉬워질 것이다.
책 <모든 기록은 워크플로위에서 시작된다> 구매하기 [리디북스][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