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때문에 지금 살고 있는 성남에서 창원에 종종 내려갈 일이 있었다. 수서역에 SRT가 생기기 전이라,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야 했다. 그런데 이 노선(성남→창원)을 다니는 차량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시간이 맞지 않으면 1시간 정도 기다려야 하고, 그마저도 저녁 시간이 가까워지면 몇 시간으로 늘어났다. 어쩌다 시간이 맞는 날에는 얼마 기다리지 않고 불편함 없이 이동했지만, 그렇지 않을 때면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그런데 방법은 있었다. 내려가는 길에 선산 휴게소에 들러, 창원으로 가는 다른 버스로 환승을 할 수 있었다. 창원뿐만 아니라 그 방향으로 내려가는 버스들은 모두 그 휴게소에 들렀고, 버스가 잠시 쉴 때 그 버스를 타면 됐다. 선산 휴게소로 오는 버스들은 서울, 수도권, 충청도, 강원도 등 각지에서 왔고, 경상도 곳곳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성남에서 창원 가는 버스는 많지 않았지만, 경상도에 가는 버스는 많았다. 그 버스를 타고 선산 휴게소까지만 가면 될 일이었다. 휴게소에서는 어디에서 왔든 창원에 가는 버스를 타면 됐다. 환승은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접점이 생기는 곳을 잘 활용하면 오히려 시간 제약이 줄어든다.
WorkFlowy는 점(Bullet)과 점으로 이루어진 무척이나 가벼운 도구다. 사진이 없어도 되고, 텍스트 기반으로 가볍게 쓰고 싶은 사람에게는 굳이 환승이 필요 없는 종착역과 같은 도구가 된다. 그런데 다양한 기능을 활용하고 싶은 사람은 그것만으로 본인의 니즈가 충족되지 않는다. 니즈를 충족해주는 다른 도구와 병행해서 써야 한다. 다른 도구들은 강력한 장점이 있는 대신 강력한 단점도 뒤따른다. 기능이 많으면 모바일에서 불편하고, 정리해놓긴 했는데 어디에 자료가 있는지 모르겠고, 자료를 만들어놨는데 익숙하지 않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앱 접속 자체를 잊어버린다. WorkFlowy는 그 도구들의 장점을 대신할 수 없지만 대신 단점을 보완해줄 있는 환승역이 될 수는 있다.
내가 내세운 '목표'라는 종착역에 닿기 위해 나는 WorkFlowy를 이렇게 쓰고 있다.
일기는 일기장, 가계부는 가계부 앱이나 별도의 프로그램, 시간 관리는 바인더. 예전에는 그랬다. 책 <두근두근>이나 일기장에 일기를 썼고, 가계부는 조금 자세히 적고 싶을 땐 후잉을 썼고, 그렇지 않을 땐 앱을 썼다. 그리고 시간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바인더를 썼다.
일기는 중간에 하루라도 비면 그 자체가 싫었고, 후잉은 여러 장의 카드를 쓰는 스타일상 정리해야 할 내용이 너무 많았고, 가계부 앱은 간편해서 좋긴 한데 분석하는데 조금씩 뭔가 아쉽다. 바쁘게 일하다 보면 바인더 쓰는 것을 깜빡해서, 불과 2시간 전에 무슨 일을 했는지도 잊어버리기 일쑤였다.
바인더는 여전히 시간관리의 종착역이다. 그렇지만 중간에 WorkFlowy를 통해 환승한다. 바쁘게 일할 때도 스마트폰은 자주 들여다본다. 무슨 일을 했는지 그 시간을 활용해 틈틈이 적어놓는다. 여행을 가서도 유효했다. 이동 중에 바인더를 꺼내기 어려웠지만, 스마트폰 앱에는 적기 쉬웠다. 종착역까지 닿지 못했던 무수히 많은 기록이 환승 덕분에 유실이 감소했다.
가계부는 지금 후잉도 앱도 쓰지 않는다. 엑셀에 따로 관리한다. 그런데 엑셀은 모바일에서 불편하고, 입력하는 것을 자주 까먹는다. 소비 내역이야 결제 문자와 카드사 홈페이지에 자료가 남아 있지만, 크게 한 번씩 놓치고 나면 입력하는 것이 참 번거롭다. 여기에도 환승역을 하나 설치했다. 매일 타임라인을 WorkFlowy에 기록하기 때문에 근처에 가계부도 함께 적어놓는다. 좋은 습관을 가진 사람이 곁에 있으면 나도 좋은 습관을 가질 확률이 높다. 습관을 만드는 과정에서 그 습관을 계속 상기시켜주기 때문이다. 여기서 좋은 습관은 타임라인이다. 매일 시간이나 장소를 기록하는 습관이 있어서 WorkFlowy에 접속하는데 그때 가계부도 함께 적어주면 된다. '장소'를 기록한다는 것은 이전 장소에서 현재 장소로 이동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때 '지출'이 있을 확률도 높다. 둘의 관련성은 생각보다 크다.
일기는 어떤 날은 적고, 또 안 적기도 한다. 매일 타임라인과 가계부 쓰는 습관을 이용해 적을 내용이 있는 날에는 일기도 적고, 그렇지 않은 날에는 타임라인과 가계부만 적는다. 이렇게 세 가지는 매일 쓴다.
스타벅스에 얼마나 갔는지 알아보기 위해 검색을 했더니, 그동안 일기와 생각 수집에서 썼던 글이 나온다. 읽어보니 글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썼다. 글은 총 3종류가 있다. 남이 좋아하는 글, 내가 좋아하는 글, 모두가 좋아하는 글. 매일 썼던 생각을 엮었기에 당연히 내가 좋아하는 글이었고, 다른 사람들의 반응도 괜찮았던 글이었다. 덕분에 모두가 좋아하는 글이 되었다. 이런 글은 썼다는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좋은데, 반응까지 나타나니 더욱 좋다.
글은 총 3종류가 있다. 남이 좋아하는 글, 내가 좋아하는 글, 모두가 좋아하는 글. 매일 썼던 생각을 엮었기에 당연히 내가 좋아하는 글이었고, 다른 사람들의 반응도 괜찮았던 글이었다. 덕분에 모두가 좋아하는 글이 되었다. 이런 글은 썼다는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좋은데, 반응까지 나타나니 더욱 좋다.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집에 가는 길에 아까의 대화를 곰곰이 생각한다. 내가 뱉은 말이든, 타인의 뱉은 말이든 유독 기억에 남는 말들이 있다. 그럴 때면 WorkFlowy에 담아놓은다. 모임에서 책 <나만의 여행책 만들기> 독서모임을 했다. 독서 토론할 때 어떤 여행 책을 만들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는데 나는 여행지에서 경험한 친절에 대해 쓰고 싶다고 했다.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었지만, 꽤 괜찮은 주제인 것 같아 적어두었다.
명사만 적었던 꿈은 죽은 꿈이다. 살아있는 형용사나 동사를 적어야 한다. 꿈이 아니라 취향도 마찬가지다. 나는 아메리카노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커피빈에서 마시는 따뜻한 헤이즐넛 아메리카노를 좋아했다. 글 쓰는 것도 좋았지만, 공간이 탁 트인 코워킹 스페이스 쓰고 싶은 글을 쓸 때 더 좋았다. 싫어하는 것과 불편한 것도 덤이다. 일상에서 '이건 싫고, 이건 좋고, 이건 불편하다'는 감정이 매번 드는데 다시 찾아온 그 감정을 놓치고 또 놓친다. 적으면 분명해지고, 분명한 것은 취향이 된다. 매일 쓰고, 그 생각을 엮다 보면, 취향이 기록된다. WorkFlowy는 그 과정에서 환승하기 좋은 도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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