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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용마 Nov 02. 2018

인증은 최고의 습관이다

오늘 하루 감사한 일은 더 감사하게, 아쉬운 일은 덜 아쉽게

분명 쉬운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혼자 하면 잘 안 된다. 근데 신기한 건 같이하면 된다. '나'에서 '너'와'나'로 사람만 늘었을 뿐, 별달리 바뀐 것도 없는데 말이다.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면 혼자서도 곧잘 하겠지만 아쉽게도 나는 의지박약이다. 일이 잘 안 풀릴 때 가끔 의지를 돋우기 위해 책을 읽거나 강연을 듣지만 잠시뿐이다. 그 사람들은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서 가능한 거지, 그것을 통해 변화할 수 있었다면 나는 진작 변했어야 했다. 의지를 바꾸기 어렵다면 방법은 환경을 바꿔야 한다. 사람들이랑 같이 하면 된다.


책 <그릿> 中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연습을 하러 가는 곳에 들어오면 자신도 그렇게 하게 됩니다. 별일 아닌 것 같고 습관이 되죠. 특정 방식으로 행동하는 사람들 속에 둘러싸여 있으면 나도 그들을 따라 하게 돼요.


책을 읽고 싶으면 '오늘은 꼭 퇴근 후에 카페 가서 책을 읽어야지' 다짐할 것이 아니라, 독서 모임에 참여하면 된다. 독서 모임은 기본적으로 읽은 책에 대한 토론을 하고, 독후감이나 독서 리뷰와 같은 과제가 있다. 사람들은 강제적으로 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지만, 자율성이 베이스에 깔려 있다면 달라진다. 책을 많이 읽기 위해 독서 모임에 참여하겠다고 스스로 결정한 것이었고, 모임의 일원이 된다면 토론과 과제와 같은 '룰'을 지켜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읽어야 할 권수가 정해져 있다. 모임에 참여하기전 많이 지 않았던 사람들은 그 정도로만 읽는 것에 만족하기도 하고, 혼자서도 많이 읽었던 사람들은 개인적으로도 틈틈이 읽는다. 물론 '모임'이라는 것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모임에 더 이상 참여하지 못할 경우 어떤 사람은 모임에서 했던 습관을 그대로 이어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어떤 사람은 원래 그랬던 것처럼 습관이 사라진다.



감사한 일은 더 감사하게, 아쉬운 일은 덜 아쉽게


 책 <두근두근>이나 일기장을 통해 매번 일기를 쓰려고 노력해도, 몇 주 잘 쓰다가도 어느 날부터 갑자기 안 쓰게 되는 패턴이 반복돼서 고심하던 중에 브런치 작가 peter kim님이 온라인에서 진행 중인 하루 일기 모임의 아이디어가 너무 좋아서 허락을 받고 우리 모임에 적용했다. 10월 한 달 동안 이틀을 제외하고 총 29일을 작성했다. 그냥 잠들기 전 2분 정도 투자해서 소모임 단톡방에 있는 설문조사 링크를 통해 작성하면 되는 건데도 꾸준히 작성한다는 자체가 참 어려웠다. 그래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습관이다.

  


이렇게 한 달 작성해보니 내가 어떤 것에 감사함을 주로 느끼는지 한눈에 보였다. 주로 영화, 글쓰기, 공간, 독서, 건강이었다. 평소 좋아하면서도 늘 고민이 많은 것들이다. 1달 작성하고 나서 다른 분들이 데이터를 분리해서 각각 메일로 보내드렸더니 피드백이 왔다.


이렇게 한 페이지로 한 달을 한눈에 보니,
영화 필름처럼 순간순간 장면들이 지나가네요.
어떤 것에 행복했고 힘들어했는지
11월에는 더 많은 감사 긍정의 말들이 늘어나길 기대해봅니다.


한 줄 한 줄이 모여서 이렇게 돌아보니 감동이네요.
첫 번째 질문에 감사하고, 두 번째 변화를 위해 노력해보고,
세 번째는 왜 그랬는지 내 마음을 다시 한번 봐줘야겠어요.


 

 오늘 감사한 일이 많았을 때는 고민 없이 적었지만 모든 날이 그렇지 않았다. 반대로 아쉬운 일이 많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꼭 3가지를 채워야 한다는 규칙을 두니, 감사한 일과 아쉬운 일을 어떻게든 찾아야 했다. 그렇다 보니 평소에 감사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아프지 않은 것', '날씨가 좋았던 것', '일찍 잠든 것'이 내 레이더망에 들어왔다. 삶을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시선을 얻은 것이다. 덕분에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알게 되었다. 반대로 아쉬운 점을 생각할 때는 나의 말과 행동을 유심히 돌아봤다. 다른 사람에게 듣기 싫은 소리를 하지 않았는지, 후회되는 행동은 없었는지 지금까지 앞에 놓인 풍경만 바라보고 살았는데 하루 일기를 통해 뒤를 돌아보니 내가 보였다.  



피드백되지 않은 기록은 아름다운 쓰레기에 불과하다

항상 꾸준히 쓰고 있는 바인더 @얼리브라운지
바인더 써도 제 삶에 변화가 전혀 없더라고요.


 바인더 쓰는 모임을 시작하고나서부터 내 삶에 큰 변화가 하나 있었다. 바로 시간을 '피드백'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전에도 기록은 참 잘했다. 기록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에 남들이 불편하고, 귀찮아하는 일을 참아가면서 적을 수 있었다. 그러나 기록의 끝에는 항상 공허함이 있었다. 몇 년 치 기록이 모이다 보니 뭔가 있어 보이긴 하는데, 실제로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남들에게 '저 몇년동안 바인더 꾸준히 썼어요.' 자랑거리로만 사용됐을 뿐.  



분더리스트에서 매주, 매달 반복되는 모임 일정을 관리하고 있다. 이외에도 독서를 포함한 다른 과제들은 매번 날짜가 달라지기 때문에 별도로 관리하고 있다. 항상 일정에 닥쳐서 허겁지겁하던 것들이 반복 일정끼리 묶어서 일정을 관리하니 좀 더 수월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대부분 긴급한 일들은 이런 반복 일정에서 찾아온다.



반복 일정은 작정하고 한 번 패턴을 잡아야 한다. 지금 종이를 펼치고 반복 일정을 적으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적을 게 없다고 하지만, '오늘까지 카드 대금 결제해야 되네', '내일 과제해야 되네'처럼 마감이 닥치면 그때서야 이게 반복 일정인 것을 알게 된다. 반복 일정만 파악하고 있어도 허겁지겁의 70% 이상은 제거할 수 있다. 어차피 매번 하는 것들이라 처리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다만 깜빡해서, 시간이 부족해서 대충 하거나 놓칠 뿐.



피드백은 기록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기억에 의존하면 희석된다. 기록해도 바뀌는 게 없다고 하는 사람들은 피드백까지 거치지 않는 사람들이다. 가계부를 쓴다고 해서 지출 통제가 되지 않고, 시간 가계부라고 할 수 있는 바인더나 플래너를 쓴다고 해서 시간 관리가 되지 않은 것은 전적으로 피드백하지 않는데에서 기인한다. 피드백되지 않은 기록은 아름다운 쓰레기일 뿐이다. 기록이 '정보 수집'이라면 피드백은 '정보 활용'이나 '정보 분석'에 해당한다. 활용하고 분석하면 개선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는 기록도 쉽지 않고, 피드백은 더더욱 쉽지 않다. '기록'과 '피드백'에 관한 방법도 알아야 하고, 방법을 알았더라도 기록하고 피드백하는 습관을 만들어야 하는데 혼자서 잘하는 사람이라면 이 글을 읽지 않았을 것이다.


서론에 책 <그릿>에서 얘기했듯이 결국 내가 이루고 싶은 것을 이미 잘하는 사람이나 관심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 행동하는지, 나는 이게 잘 안되는데 그 사람은 어떻게 그걸 잘하고 있는지, 궁금하면 물어보고, 괜찮은 거 같으면 따라 하면서 집요하게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당장 비용이나 시간이 들 수도 있지만 내 것으로 확실히 만들면 그 비용이나 시간은 아깝지 않다. 내 것이 되지 않아 습관되지 않은 비용이 아까울 뿐. 에버노트 쓰다 말고, 원노트 쓰다 말고, 블로그 시작하다 말고, 브런치 작가 하려고 신청했다가 떨어져서 상처 받아서 안 하고, 그러다 다시 관심 있는 거 생기면 거기로 갔다가 금방 안 하고 내 것이 안 되면 내 돈만 나간다.


인증은 최고의 습관이다. 한 번 놓치고 싶지 않은 게 있다면 다른 사람들과 합심해서 '인증'이라는 제도를 만들고 내 것이 되기 전까지 절대 포기하지 말자. 힘든데 그만할까?라는 생각은 그동안 쉽게 포기했던 행동의 관성이다. 그런 생각이 들 때면 그 생각을 비웃고 그냥 하던 거 하면 된다. 원래 무엇이든지 힘들었다가, 괜찮다가, 힘들었다가 괜찮아진다. 오늘의 행복이 내일의 행복을 담보해주지 않지만, 지금 슬프다고 영원히 슬프지않다. 인생은 원래 좋고 나쁨의 연속이다. 좋은 것만 쟁취하겠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목표에 불과하다. 그래서 우리는 시선을 바꿔야한다. 지금 당장 힘든 것에 집중하지 말고 곧 괜찮아질 거라는 사실에 집중하다 보면 의외로 쉽게 버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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