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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용마 Apr 23. 2019

온 세상이 함께 웃을 것이다.

책 『1만 시간의 재발견』을 읽고


자기 충족적 

예언의 위험


1908년, 조니 헤이스(Johnny Hayes)는 런던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했다. 그의 기록은 2시간 55분 18초로 당시 마라톤 세계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로부터 110년 뒤인 2018년 11월 독일 베를린 마라톤에서 우승한 엘리우드 킵초게(Eliud Kipchoge)의 기록은 2시간 1분 39초였다. 


2018년 베를린 마라톤에서 2시간 1분 39초로 우승한 킵초게


약 1세기 만에 마라톤 세계 기록은 무려 30퍼센트나 단축하며 이제는 영원히 불가능해 보였던 1시간대를 넘보고 있다. 날이 갈수록 재능이 발달하고 환경이 좋아졌다 한들 여전히 영화 속 히어로들처럼 믿기 어려운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그들이 경이로운 기록을 달성할 때마다 우리도 해내지 못할 일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막상 우리는 재능이 없다는 이유로 일찌감치 한계를 규정한다. 학창 시절, 어떤 과목에 자신이 없던 아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그 과목과 관련된 전공이나 직업이 애초에 자신에게는 불가능한 꿈이라고 느낀다. 초기 단계에서 '포기자'라는 꼬리표만 붙지 않았다면 시도해볼 수 있는 모든 기회를 놓치는 셈이다. 어렸을 때 음치라고 들었던 아이는 악기 연주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고, 노래도 잘하지 못한다. 수학에 재능이 없다고 들었던 아이도 평생 '수포자'라는 말을 들으며 스스로도 그렇게 믿는다. 그 예언은 자라면서 스스로 충족된다. 책 『1만 시간의 재발견』에서는 이를 자기 충족적 예언(Self-fulling prophecy)의 위험이라고 말한다. 


심리학자 대니얼 길버트는 책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에서 "오직 인간만이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동물이다."라고 규정했다. 미래를 전망하면 기분이 좋아질 수도 있고 고통을 예방할 수도 있다. 음치인 내가 연주자의 길을 걷는다고 상상하면 끔찍한 미래가 그려진다. 남들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연습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노력이 재능으로 변환된다는 보장도 없다. 애초에 그 분야에 노력하는 것보다 다른 재능에 투자하는 게 승산 있어 보인다. 그렇게 연주자의 길은 제대로 걸어보지 못한 채, 영원히 가지 못하는 길이 된다.


어떤 사람이 재능을 특정 분야에서 개인의 성취 정도에 영향을 주는 주된 요인, 심지어 결정적 요인이라고 생각하면, 이는 생각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런 생각이 그를 특정 결정과 행동으로 이끌게 된다. 


책 『1만 시간의 재발견』에서는 타고난 재능이 초기에는 앞서 나갈 수 있어도, 결국 끝에 다다라서는 '훈련의 양과 질'에 따라 승자가 결정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앞서 얘기한 '자기 충족적 예언'때문에 우리는 노력하기 전부터 지레 겁부터 먹는다. 그리고 지금 재능이 없다는 생각은 생각만으로 그치지 않고, 그 생각은 그 재능과 관련된 전공과 직업으로 나아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극복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재능보다 

잠재력을 믿는다.


능력 만능주의에 사로잡힌 프레임을 깨기 위한 좋은 방법으로 책 『1만 시간의 재발견』에서는 '의식적인 연습'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의식적인 연습'은 어떤 분야에서든 새로운 기술과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 '적응력'이라는 천부의 재능을 활용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금과옥조와 같은 규범이다. 그리고 '의식적인 연습'에서 우리의 목표는 자신의 잠재력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잠재력을 개발하고 만들어내 이전에 불가능하던 것들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각자가 편하게 느끼는 영역(컴포트 존)에서 벗어나 우리의 뇌나 몸이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도록 압박하고 강제한다. 그렇게 되면 학습이 더 이상 유전으로 정해진 타고난 운명을 실현하는 수단에 머물지 않는다. 스스로 운명을 통제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잠재력을 만들어가는 적극적인 수단이 된다.



'의식적인 연습'의 

7가지 원칙


의식적인 연습이 효과적이 되기 위해서는 이미 상당히 발달되어야 하는 분야여야 하고,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커리큘럼을 제시하는 교사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교사가 존재하려면 이미 그 커리큘럼을 통해 특정 실력에 도달한 개인의 선례가 있어야 한다. 


① 효과적인 훈련 기법이 수반되어 있는 기술을 연마한다.

② 개인의 컴포트 존을 벗어난 지점에서 진행한다. 

③ 명확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진행한다.

④ 온전히 집중하고 '의식적'으로 행동한다.

⑤ 피드백과 피드백에 따른 행동 변경을 수반한다.

⑥ 효과적인 심적 표상을 만들어내고, 거기에 의존한다.

⑦ 기존에 습득한 기술의 특정 부분을 집중적으로 개선한다.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벤저민 프랭클린은 청년 시절에 글쓰기 실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의 일화가 책에 등장한다. 그는 스스로 평가하기에 자신의 글쓰기가 일반 작가들과 별다를 것이 없다고 느꼈다. 그래서 더 잘 써야겠다고 결심했지만 글쓰기를 알려줄 교사가 주변에 없었기에 그는 영국 잡지 《스펙테이터(The Spectator)》를 통해 독학으로 글쓰기 공부를 시작했다.


ⓐ 기사 재현하기 

-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글을 몇 개 골라 각 문장의 내용에 대한 짤막한 설명을 적어놓는다.

   (해당 문장이 어떤 내용이었는지 상기시켜주는 정도)

- 며칠 뒤에 기록해둔 설명을 보고 기사를 재현한다.

- 원래 기사와 재현한 본인의 글을 비교하여 퇴고한다.

ⓑ 어휘력 키우기

- 몇 개의 기사를 골라 시로 바꿔본다.

- 원래의 단어가 기억에서 사라질 만큼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운문(시)에서 산문(기사)으로 바꿔본다.

ⓒ 글의 전체적인 구조와 논리를 다듬는 작업

- 하나의 기사에 등장하는 문장 각각을 생각나게 하는 힌트들을 여러 가지 종이에 나눠 적는다.

- 뒤죽박죽 섞어서 완전히 무질서하게 만든다.

- 원래 기사의 문장 표현은 물론이고 순서 조차 완전히 잊어버릴 때까지 기다린 다음 기사를 재현한다. 


프랭클린처럼 교사 없이 어떤 기술을 효과적으로 연습하려면 3F를 명심하는 것이 좋다. 집중(Focus), 피드백(Feedback), 수정(Fix it)이다. 기술을 반복과 효과적인 분석이 가능한 구성 요소로 잘개 쪼갠 다음 자신의 약점을 파악하고 바로 잡을 방법을 찾는다. 프랭클린은 글쓰기의 특정 부분에 집중하는 다양한 연습을 통해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냈다. 그가 연습하면 연습할수록 심적 표상이 고도로 발달하고, 좋은 글쓰기를 자기 것으로 내면화할 수 있었다. 



호모 엑세르켄스는

재능을 뛰어넘는다.


우리는 우리가 선택한 방향으로 성장을 위해 자신을 바꿀 수가 있다. 이는 다른 동물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특징이다. 의식적으로 연습하는 인간(호모 엑세르켄스)은 재능을 뛰어넘는다. 내가 가고자 하는 길에는 이미 훌륭한 선구자들이 많다. 그들이 가꾸어놓은 효과적인 방법을 우리는 그대로 따라가면 된다.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온 세상이 함께 웃어줄 것이다. 하지만 '자기충족적 예언'처럼 불가능하다고 믿으면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결국 나 혼자만 안 된다고 울게 될 것이다.


웃어라. 온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만 울게 될 것이다.
― 고독(Solitude),  엘라 휠러 윌콕스


시작부터 혼자 울고만 있을 것인가? 끝내 함께 웃을 것인가?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씽큐베이션 #더불어배우다 #대교 #1만시간의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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