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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용마 Dec 09. 2019

나만의 세월을 기록할 수 있어요

세 번째 인터뷰이. 디자이너 박아름 (1/2)

미국의 역사가 칼 베커 Carl Becker는 "모든 사람은 자신의 역사가"라고 했다. 인터뷰 매거진 《손으로 기록을 남기는 사람들》은 자신의 역사를 손으로 직접 기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세 번째 인터뷰이는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박아름님을 메일을 통해 인터뷰했다. 이번 인터뷰는 총 2부로 나누어 실릴 예정이다.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디자인 회사에서 상품기획MD(머천다이저)와 섬유제품디자인 그리고 컬러리스트 일을 꾸준히 해오다가 점점 회사생활의 한계를 느끼면서 지금은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전환하여 1인 기업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올해 7월 말부터 인스타그램에서 단하(彖河)라는 아호로 저의 손글씨들을 올리고 있어요.


아름님의 인스타그램을 보고 있으면 나도 저렇게 쓰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하다


바인더는 어떻게 쓰고 계신지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처음 바인더를 이용할 땐 의욕이 너무 앞서서 모든 주제를 다 넣었어요. 그때의 제 바인더 안에 목록만 해도 먼슬리+프로젝트 시트(습관 형성하기), 위클리+데일리 리포트, 바이오리듬 체커, 하루 계획+계획 실천 여부&반성, 감사일기, 하루 일기, 인상 깊은 강의나 책 구절 쓰기, 아이디어+메모, 독서+문화생활, 가계부, 목표 다이어그램, 만다라 차트, 목표 세우기, 그릿 스케줄, 라이트너 암기 스케줄(프로젝트 시트 이용), 드로잉, 필사 등 할 수 있는 건 다 넣었어요그러다 보니 바인더 작성하는데만 시간이 엄청 소요되고 주객이 전도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욕심이 너무 과했었죠. 일단 뭐든지 직접 겪어보고 판단하는 성격이라 모든 자기계발에 필요한 일은 다 넣었던 것 같아요. 



평소에도 습관처럼 메모를 해요.


문득 떠오르는 생각을 기록하는 아이디어 노트


지금은 주로 필사와 먼슬리, 위클리, 그리고 앞으로 해야 할 일과 했던 일 기록, 아이디어노트(생각기록), 프리라이팅, 취미+문화생활, 감사일기+생각일기 정도가 주된 내용으로 쓰이고 있어요. 특히 그중에서 가장 많이 작성하게 되는 건 역시 아이디어 노트와 메모예요. 평소에도 습관처럼 메모를 해요. 길을 걷다가도, 일을 하다가도, 책을 읽다가도, 멍하니 있다가도, 샤워를 하다가도 떠오르는 생각들이 있으면 잊지 않게 계속 머릿속으로 되뇌다 급하게 핸드폰 메모란에 옮겨 적어요. 그러고 나서 나중에 바인더에 옮겨 적어요.


매달 일정을 관리하고 습관을 추적하는 먼슬리(Monthly)

먼슬리는 필수적으로 꼭 사용해요. 처음에는 먼슬리를 한 달 계획용으로 이용했어요. 미리 작성하는 거죠. 그러다 보니 계획이 변경되고 스케줄이 취소될 때마다 먼슬리 칸이 너무 지저분해지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은 한 달이 다 끝난 후 기록용으로 작성하고 있어요. 핸드폰 달력에 스케줄표를 항상 이용하기 때문에 그때그때 핸드폰 달력으로 작성해온 스케줄이 끝나면 (바인더에) 옮겨 적는 거죠. 



위클리는 예전에는 시간을 허비하지 않기 위해 24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꼬박꼬박 체크했어요. 핸드폰에 1시간마다 시간을 알려주도록 설정해놓고 시간마다 뭘 하고 있는지 핸드폰 메모란에 기록한 뒤 그날 저녁에 내가 오늘 하루 얼마큼의 시간을 허비하고 보냈나 기록했어요. 지금은 그렇게까지 자세히 기록하고 있지는 않고, 위클리 상단에는 그 날 할 일, 밑에 시간 체크란은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기록하는 식으로 이용해요.


감사일기를 기록하는 스퀘어노트(좌), 하루일기를 작성하는 그리드노트(우)


그 외에 스퀘어 노트에는 감사일기를, 그리드 노트에는 하루 일기를, 라인 노트에는 프리라이팅을 쓰고 있어요. 나머지 도트노트나 플래인노트는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아이디어 노트로 쓰고 있어요. 소량씩 모든 종류의 속지를 바인더에 넣어놔요. 그러면 그때 상황에 맞게 사용하고 옮길 수 있거든요. 


스퀘어노트에 책 구입 금액만 따로 정리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 깊다.

스퀘어 노트는 감사일기로도 쓰지만 책 구입 가계부 용으로도 쓰고 있어요. 핸드폰 어플로 가계부를 이용하는데 처음에는 그걸 보고 일일이 가계부 속지에 나눠 적었어요. 낭비하고 있는 돈과 자기계발비를 분류해서 적는 방식이 나의 현금흐름을 잘 볼 수 있어 좋더라고요. 그런데 아무래도 하루에 자잘하게 기록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지는 거예요. 그래서 자기계발비로 얼마를 투자했는지만 체크해보자 생각하고, 그때부터는 스퀘어 노트를 자기계발비 가계부로도 이용하고 있어요. 칸칸이 나눠져 있어서 일기, 가계부, 좋은 문장 필사 등 어떤 것으로도 활용하기 좋은 속지 중 하나가 스퀘어 노트인 것 같아요. 


자주 사용하고 있는 속지가 있다면?


리뷰 속지(라인)를 독서노트로 이용하고 있고, 원고지를 시 나 감성적인 문구 필사할 때 애용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인스타그램에 손글씨라는 주제로 사진들을 올리다 보니 원고지 같은 이런 감성적인 아이템들이 요긴하게 쓰이더라고요.



그래도 가장 많이 사용하게 되는 건 역시 라인 노트예요. 글쓰기와 필사를 많이 하다 보니 다이어리를 예쁘게 꾸민다는 개념을 버리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라인 노트 소비량이 가장 많아요. 


책도 많이 읽으시는데 혹시 독서노트도 작성하고 계시나요?

예전에는 독서노트를 따로 작성했었는데 지금은 꾸준히 작성을 못하고 있어요. 대신 필사라도 꾸준히 하려고 합니다. 독서노트는 따로 서브 바인더를 이용하고 있어요. 평소에는 바인더 속지를 소량씩 따로 2묶음으로 나눠서 들고 다녀요.

 


하나는 1차 독서노트 또 하나는 2차 독서노트입니다. 1차 노트에는 읽기, 생각하기, 쓰기, 창조하기라고 소제목을 써 놨어요. 책을 읽으면서 읽는 그 순간 인상 깊더라도 책을 덮고 나면 남는 게 없을 때가 많잖아요. 그래서 양서들은 최대한 초서 독서법(읽기, 생각하기, 쓰기, 창조하기, 의식 확장)을 지키며 읽으려고 노력해요. 그저 활자만 읽어내기에 급급한 독서보단 양서로 1권을 읽더라도 깊게 생각하고 사색하고 내 것으로 만드는 사유하는 독서가 더 좋다고 생각해요. (물론 거기엔 많은 독서량이 밑바탕이 되어야 하지만요.)


1차 노트 → 2차 노트

 1차 노트에는 책을 읽으면서 감명 깊었던 부분의 페이지와 글을 발췌해서 간략하게 적어 놓고 그 밑에 저의 생각도 적으려고 노력해요. 이때 쓰는 글씨는 그냥 휘갈겨 씁니다.(1차 노트를 따로 분류해 놓은 이유이기도 하죠) 그런 식으로 1차 노트에 적어가며 책을 다 읽으면 2차 최종 노트에 다시 정리해서 깔끔하게 옮겨 적습니다. 모든 독서를 이렇게 하는 건 아니고 양서는 최대한 이런 식으로 읽으려고 노력해요. 이 두 노트는 하루에 쓸 정도의 양으로만 속지를 가지고 다녀요. 


언제 어느 때고 책 필사라도 할 수 있게요.


예전에 모든 종이를 다 넣어서 들고 다녔던 적이 있었는데 오히려 무거워서 안 들고 다니게 되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1차, 2차 독서노트를 가벼운 마음으로 가방에 넣고 다니면 언제 어디서나 손으로 쓰면서 책을 읽을 수 있어요. 2차 노트를 다 작성하고 나면 최종 독서노트 모음인 서브 바인더로 옮깁니다. 그렇게 저만의 독서노트를 작성해 나가고 있어요. 요즘엔 꾸준히 이렇게 하고 있지 못해서 바인더에 필사 부분을 새로 만들었어요. 언제 어느 때고 책 필사라도 할 수 있게요. 이런 것들이 바인더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해요.


그 순간에는 몰랐던 생각과 일들이
시간이 지나면 저만의 자산이 되더라고요.



바인더는 언제부터 쓰셨나요?

원래는 바인더가 아닌 일반 다이어리를 사용해 왔어요. 어렸을 때부터 가방 속에 수첩과 볼펜은 항상 습관처럼 지니고 다녔어요. 기록을 습관화하면서 살았던 것 같아요. 그 당시엔 핸드폰 메모 기능 같은 것도 없었기 때문에 어디를 가든지 수첩과 볼펜은 지니고 다녔어요. 지금이야 메모할 일이 있으면 핸드폰을 꺼내서 바로 메모가 가능하지만 그 당시에는 볼펜이 있어야지 어디에 적더라도 적을 수 있었거든요. 갑자기 메모할 일이 생겼을 때 “볼펜이랑 종이 있어?” 이런 말이 나오던 시절이었죠. 그럴 때 항상 볼펜을 내어주는 사람이었습니다. 



대학교 들어가서도 문구점에 가면 예쁜 다이어리가 보이면 어디에 쓸지 생각도 안 하고 그냥 끄적거리는 게 좋아서 사곤 했었어요. 그러다 보니 쓰다 만 다이어리들이 쌓여만 가고 오히려 더 정리가 안 되는 기분이었어요. 대학교 때는 거의 일기 위주의 다이어리를 써왔고, 회사생활을 하면서는 회의시간과 업무 일정 때문에 다이어리를 사용했어요. 매년 초에 회사에서 그 해 다이어리를 나눠 줘요. 업무상 다이어리는 필수이거든요. 회사생활할 때는 오롯이 회사 업무에 관련된 다이어리만 썼던 것 같아요. 그때는 그저 전쟁 같은 하루 업무 기록 정도로만 쓴 다이어리들이 지금은 저의 자산 중 하나이기도 해요. 그 순간에는 몰랐던 생각과 일들이 시간이 지나면 저만의 자산이 되더라고요. <불렛 저널>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기록이 인생을 얼마나 체계적으로 바꿀 수 있는지 새삼 다시 깨닫게 됐고, 다이어리를 조금 더 체계적으로 써야 되겠다 생각했어요. 


다 사용하면 속지를 분류해서 따로 서브 바인더에 모아 
하나의 주제로 나만의 다이어리 한 권이 만들어지는 거예요. 



그러던 중 자기계발에 관련된 유튜브를 보는데 우연히 “편집이 가능한 다이어리”라는 내용을 보게 된 거예요. 그게 바인더에 관한 내용이었어요. 다이어리를 한 권씩 하나의 주제로 써본 사람들은 알 거예요. 주제에 따라 다이어리 숫자도 늘어나게 되고 그 많은 다이어리들을 다 들고 다닐 수 없어서 그냥 쌓아 두다 보면 쓰는 것만 쓰게 되거나 한 번씩 눈에 보이면 쓰게 되거나 한다는 거죠. 각각의 주제별로 나눠서 다이어리를 쓰기에는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거든요. 그 영상을 보고 바인더를 조금 더 체계적으로 사용하는 법을 알게 된 거죠. 바인더 한권만 가지고 다녀도 그 안에서 모든 주제별로 다 사용할 수 있고 다 사용하면 속지를 분류해서 따로 서브 바인더에 모아 하나의 주제로 나만의 다이어리 한 권이 만들어지는 거예요. 기본 4~5권 이상 사용하던 다이어리들을 하나의 바인더 안에 다 담을 수 있는 편리성을 가진 거죠. 


(2부에서 계속됩니다)





인터뷰이 : 박아름(@단하)


1부. 나만의 세월을 기록할 수 있어요

2부. 정성스레 쓴 사람을 생각하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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