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일찍 일어났다가 기상 인증과 책 몇 페이지만 읽고 다시 침대에 가서 눕는다. 처음에는 몇 번 피곤해서 그럴 수도 있다 생각했는데 점점 일상이 된다.
그렇다고 딱히 달콤한 밤을 더 늘린 것도 아닌데 일상이 피곤하게 느껴진다. 몸이 피곤하기보다 마음이 피곤하다. 많은 것들을 하고 있는데 지금 뭐 하고 있는지 모르는 기분이 든다.
그럼에도 하던 것을 계속 이어간다. 지루하고 지난한 이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바라본다.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피곤한 일상이 나를 찾아온다. 피곤한 일상을 이겨내기 위한 해답은 아주 잘 알고 있다. 벌인 일을 줄이고 또 줄이는 것.
멀티태스킹의 폐해다.
많이 벌린 게 죄다. 멀티태스킹을 비유하자면 이런 게 아닐까.
친구와 스타벅스에 갔는데, 마침 핸드폰 배터리가 거의 없다. 충전기는 갖고 있지만 자리가 없어서 중앙에 있는 자리에 앉았다. 그래서 꽂을 콘센트가 없다. 친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집에 가려면 한 시간이나 걸린다. 지금 남아있는 배터리로는 무리다. 친구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긴 하지만 주변에 콘센트가 있는 자리에 혹시나 누군가 일어나지 않을까 신경이 쓰인다.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있지만, 충전할 자리가 생기기 전까지 나는 그 이야기를 제대로 들을 수 없다.
뭐 하고 있는지 모르는 감정이 든다면 쓸모없는 일이 내 일상을 장악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이때는 무분별하게 이것저것 일을 늘리는 대신 일단 비울 건 다 비운다. 어차피 중요한 건 다시 찾게 되기 마련이니까 중요도를 따질 필요도 없다.
언제나 끝내기가 어렵지. 다시 시작하기는 쉽다. 그러니 내 손에서 놓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피곤한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올해 연말까지 많은 것을 내려놓으려고 한다.
내 삶은 내가 장악해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