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용마 Sep 07. 2021

모든 게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


1. 나이가 들면 좋은 점이 별로 없지만 그럼에도 하나 뽑자면 계획이 틀어져도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이다. 어렸을 때는 세웠던 계획이 어긋나면 ‘덜 고민한 건 아닐까?’, ‘처음부터 잘못 세운 건 아닐까?’ 스스로를 자책했었다.


2. 지금은 예전처럼 계획대로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은 되는대로’라는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좌우명처럼 눈에 보이는 하루는 열심히, 앞이 보이지 않는 인생은 될 대로 되라지 사는 것도 썩 나쁘지 않다.


3. 예전에는 되는대로 사는 인생은 무책임하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런 인생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그럴싸한 계획을 세운다고 해서 그대로 따라갈 수도 지켜질 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4. 비행기에서 대부분의 조종은 이륙을 제외하고 오토파일럿(자동조종장치) 모드가 담당한다.  그 모드는 정해진 항로대로 평탄하게 움직이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난기류, 바람 등 외부 변수에 끊임없이 흔들리는 기체를 항로에 맞추는 역할을 1초에 수 천 번을 넘게 조정한다.   


5. 굴곡이 많은 내 인생과 달리 남의 인생은 오토파일럿 모드처럼 순항 중인 거 같지만, 우리 모두가 일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그 밑에서는 발버둥 치고 있다. 그 모습이 남들에게 보이지 않을 뿐이다.


6. 처음 세운 계획대로만 움직이려고 하는 사람은 좀처럼 다음 스텝으로 나아가려고 하지 않는다. 언제 세워질지 모를 계획을 끌어안고 놓친 건 없는지 계속 점검하기 때문이다.


7. 오히려 계획은 최소한으로만 세우고 상황에 부딪히며 수정하는 사람들이 속도는 물론이고 시간이 지날 수도 퀄리티도 계획뿐인 사람을 앞지른다. 양과 질 모두 쟁취하는 것이다.


8. 다시 이동진 평론가의 좌우명으로 돌아와 보자면, 하루하루는 내가 통제할 수 있기에 성실하게, 인생은 아무리 잘 살려고 노력해도 통제 불가능하기에 되는대로.


9. 통제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만 구분할 줄 알아도 삶은 지금보다 훨씬 편해진다. 만약 지금 보내고 있는 시간이 버겁게 느껴진다면 통제 불가능한 것에만 매달리고 있는지 점검해볼 것. 


10. 계획을 세우는 건 자유지만, 그 계획대로 움직이길 바라는 건 통제 불가능하다. 그러니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자책하지 말고 끊임없이 수정해야 한다는 사실에 익숙해질 것. 내가 쓰는 형편없는 글도, 보잘것없는 인생도 계속 수정하다 보면 꽤 볼만하다. 그러니 묵묵히 인내하고 그 길을 걸어갈 것.




매주 화요일 아침 9시 뉴스레터를 보내드립니다.

https://dragonhorse.co.kr/newsletter/


매거진의 이전글 지금 뭐 하고있는지 모를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