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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용마 Oct 20. 2021

혼자를 충전하는 곳


혼자 있는 나를 충전한다는 건 아주 잠시라도 사사로운 일에 신경 쓰지 않고 지금 하고 싶은 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을 때나 가능하다. 그런 순간은 집에서는 도무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집에서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던가.


가족들과 살았을 땐 집 안에서 눈에 밟혔던 머리카락 대부분이 머리가 긴 누나 몫이라 생각했는데, 독립해서 혼자 살고 있는 지금은 그중에서 내 몫도 꽤 됐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는 열심히 줍고 다닌다.


아무리 주워도 사라지지 않는 머리카락만큼 해야 할 일이 끊이질 않는 집에서는 도무지 혼자를 충전하기 어렵다. 그래서 자꾸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 수밖에.


그런 마음이 들 때마다 카페를 찾았다. 일단 책을 읽고 싶어서 한 권을 들고나가더라도 금방 마음이 바뀔 수도 있으니 바인더, 노트북 모두 챙긴다. 마음이 갈피를 잡지 못하면 이렇게 몸이 무거워진다.


회사나 집에서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이란 없다. 모든 것들이 그 공간을 충전하는 일이니까.


우리는 타인이나 공간에게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될 때 혼자를 충전하는 시간이 된다. 시간이 날 때마다 스마트폰 배터리를 충전하듯 나를 충전하는 시간 또한 기회가 닿을 때마다 틈틈이 충전해야 한다.


활동적인 사람에게는 운동처럼 움직이는 일이 스스로를 충전시키는 일이 될 테고, 내면에 집중하는 사람들은 카페 같은 곳에서 조용히 앉아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일이 충전하는 시간이 된다. 고속 충전을 할 필요도 없다. 지금 하고 싶은 것이나 좋아하는 것들을 곁에 두며 지금 시간을 천천히 음미하면 된다. 이 시간이 사라질까 봐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당장 소중한 그 시간들이 끝나도 아쉽지 않은 까닭은 지나간 여름처럼 언제든 그 시간은 돌아오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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