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잘한 게 하나 있다면 눈에 띄는 실패를 많이 했다는 것이다.
상반기에는 어떤 커뮤니티에서 모임을 개설했다가 인원이 모이지 않아 실패했고, 하반기에 는 어떤 콘텐츠 플랫폼에서 기고를 준비했다가 마지막 문턱에서 미끄러졌다.
과거에 실패는 곧 나를 괴롭히기 위해 찾아온 고통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실패를 하고 나면 언제나 동굴 속에 숨기 바빴다. 누구도 쉽게 찾을 수 없는 혼자만의 동굴에서 충분히 시간을 지내고 나오면 그럭저럭 버틸만 했다. 그런데 문제는 겪었던 고통만 잊었을 뿐, 앞으로 찾아올 실패에는 무방비 상태라는 것.
마치 외줄을 타다가 떨어지고 나서, 또다시 외줄을 타는 기분이랄까. 외줄 타는 게 쉽지 않다면 애초에 판을 바꿀 생각을 하는데 같은 실패만 계속 반복하던 시절이었다.
연구해보니 아는 건 어렵지 않아요. 실천이 어렵죠. 제가 건강이 나빠진 후 내린 결론이 있어요. ‘통증이 스승이다’. 과식, 술, 자세… 옛날 습관으로 돌아가면 고통이 반복되니, 결국 통증 때문에 나를 바꿔요. 어쩌면 혁신의 최적 타이밍은 어쩔 수 없이 강제된 바로 그때입니다.
책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로 유명한 김난도 교수는 말한다. 통증이 스승이라고. 지금까지의 자세로 인해 허리에 통증을 느끼는 사람은 과거 익숙했던 자세로 돌아가지 못한다.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자세를 찾아야 한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변화를 인지했음에도 계속 이전과 같은 자세를 유지한다면 고통은 필연적이다. 지금까지 누적된 자세를 부정한 채 ‘다른 사람들도 자세가 구부정한데 왜 나만 허리가 아픈걸까’라고 한다면 통증은 고통에 불과하다. 익숙했던 과거에서 벗어나는 길이야 말로 통증을 스승으로 만드는 지름길이다.
누구든 새로운 시도 앞에서 실수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한참 익숙해질 때가 넘었는데도 여전히 실수를 반복한다면 습득하는 과정에서 스승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나간 것에 대해 우리가 아쉬워하고 후회하는 까닭은 그 시간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내년이 되면 올해는 작년이 된다. 과거를 스승으로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흘러보내지 않고 잠시 짬을 내어 그 시간을 돌아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