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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용마 Dec 22. 2021

2021년, 올해의 ❍❍❍


올해의 시작 - 뉴스레터를 시작한 것


지금도 ‘곧 해야지’하는 몇 가지 목표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유튜브였고 다른 하나는 다이어트다. 원래 뉴스레터도 여기에 끼면서 삼형제였는데 뉴스레터는 올해 시작한 덕분에 삼형제에서 탈퇴했다. 1월 초부터 시작했으니 거의 1년 동안 열심히는 모르겠고 꾸준히는 하고 있다. 뉴스레터가 아니였다면 매주 진심 어린 피드백을 주는 독자분들도 못 만났을테고, 뉴스레터가 아니였다면 매주 글을 쓰지도 않았을 거다. 올해 값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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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사고 - 오른손 엄지를 꿰맨 일


2월의 첫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잠결에 식탁에 놓여 있던 감이 탐스러워보였는지, 과도를 끌고 깎다가 그만 오른손 엄지를 베어버렸다. 덕분에 2주 넘게 오른손에 붙어있던(?) 엄지의 중요성을 처음 깨달았다. 당분간 글씨를 쓰기 어렵다는 건 예상했으나, 물병을 따는 일이 이렇게 힘들지 몰랐다. 그때 처음 집에 정수기를 고민했다. ‘생수 말고 그냥 정수기 놓을까..’

약 10년 전에 군대에서 결재판을 만들다가 왼손도 한 번 해먹었는데, 이번에 오른손까지 꿰매면서 2관왕이다. 젠장. (그때는 피를 흘린 덕분인지 포상 휴가를 받았는데 이번엔 피만 봤다.)

자나깨나 칼 조심.



올해의 독서 - 책 ⟪짜릿하고 따뜻하게⟫, 이시은


1월 초에 읽은 책인데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별 기대 안 해서 그런지 더 애정이 간다. 원래 그렇지 않나. 기대가 높은데 기대감을 채워주면 ‘역시’, 그렇지 않으면 ‘생각보다’라는 표현을 쓴다. 반대로 기대가 낮은데 기대감을 채워주면 ‘의외다’, 그렇지 않으면 ‘역시’다. 뭐든지 내 예측이 틀려야 재밌다. 책을 읽고 너무 좋아서 주변에도 마치 출판사 마케터마냥 열심히 홍보하고 다녔고 읽은 사람들 반응도 좋았던 책. 연말에 가벼운 책 하나 읽고 싶다면 추천.

올해 5점 만점을 준 유일한 책이다.




올해의 영화 - 영화 ⟪그린 나이트⟫


책과 마찬가지로 보기 전까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작품. 유일하게 5점 만점을 받은 영화다. 이 영화에 대한 소개는 한줄평으로 짧게 마무리.

”영화를 보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과거에 비겁했던 나를 떠올리기 바빴다.”


올해의 소비 - Things 3



올해 산 건 많음. 그 중에 맥북 프로처럼 만족스러운 녀석도 있으나 올해의 소비로 뽑기엔 조금씩 부족했다. 그런데 내 올해 낭비 인생이 담긴 가계부를 살펴보면서 ‘Things 3’ 를 구입했던 내역이 눈에 들어왔다.

원래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만 Things 3를 구입해서 쓰고 있었는데, 맥북을 구입하면서 맥스토어에서도 살까말까 많이 고민했다. 그냥 사기엔 ‘65,000원’이 사실 너무 비싸긴 하다. 그래서 몇 달에 걸쳐 고민하다가 눈 질끈 감고 질렀는데 너무나 만족. (진작 살 걸)

뉴스레터를 쓰는 일도, 다이소에서 물건 사는 것도 모두 Things 3에서 관리한다.

삶의 질서가 잡히는 느낌.


올해의 문장 - “성장하려면 자신에게 집요하게 질문 던져야" 옥주현


"사람들은 제게 묻죠. ‘발레는 어떻게 해요? 다이어트는 어떻게 해요?’ 저는 이렇게 묻는 사람의 지속성을 못 믿어요(웃음). 먼저 ‘내가 뭘 하고 싶은지?’질문하고 그다음엔 ‘뭘 공부하면 되는지?’를 물어야죠. 적성에 맞으면 오래 하고 싶고 오래 하려면 탐구하게 돼요. 계속한다는 건 그냥 숨 쉬듯이 놓지 않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오래 한 사람이 보여주는 우주는 깊이가 달라요. 그 시간을 들였기 때문에 찾은 우주예요."


오래 한 사람이 보여주는 우주는 깊이가 다르다는 문장을 읽고 소름이 돋았다. 항상 사람들은 여기저기 옮겨다니면서 환승하기 바빴지. 한 세계에 오래 머물지 않으니까. 나라고 다를까. 지금은 여기에 득볼 게 많으니 이 곳에 있다가, 쓸모가 다하면 저 곳으로 이동하기 바쁘다. 그땐 그게 득이라고 생각했는데 한참 지나보니 바보처럼 여기에 계속 있던 사람들이 천천히 자신만의 우주를 넓히더라.

어쩌면 살면서 가장 값진 일은 ‘쓸모 없다고 느끼는 시간을 견뎌내는 일’이 아닐까..

올해의 마무리 - 바스락모임


2015년 11월에 처음 만들었던 바인더 모임 ‘바스락’이 어느덧 만 6년이 지났다. 모임 덕분에 많이 성장했고 중간중간 위기도 있었지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잠시라도 스쳐간 사람들을 포함해 함께 한 사람들 덕분이다. 그래서 모임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은 아주 오래 전부터 했었지만 끝내 실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바스락 모임을 시작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해 새로운 모임도 참 많이 만들었는데 돌이켜보면 늘 시작하기만을 좋아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모임은 흐지부지 사라지고 말았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보니 일종의 의무감이 느껴지더라. 시작한 것을 끝맺어야 한다는 책임감.

언제 다시 거짓말처럼 ‘바스락 모임 다시 시작합니다!’ 할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페이즈3처럼 올해를 끝으로 6년의 시간을 담은 시즌1 마무리 짓기.

혹시나 시즌1에서 만난 분들 나중에 또 뵙게 된다면 그때 반갑게 인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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