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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용마 Feb 06. 2023

세상에 나쁜 질문은 없다

"나는 상대를 비방하려는 게 아니라 납득이 안 가면 질문을 하는 본능을 따라갔어. 그런데 질문을 받으면, 다들 자기를 무시하고 놀린다고 착각하는 거야. 질문 없는 사회에서 자라는 게 그렇게 무서운 거라네. 그런 문화 속에서 나는 사랑받지 못했네. 존경은 받았으나 사랑은 못 받았어.”


책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작년 연말. 수개월간의 독서모임을 끝내고 커피를 마시면서 멤버들과 회포를 풀고 있었다. 돌아가면서 모임이 어땠는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 멤버가 이런 말을 했다.


"다른 모임에서는 질문하거나 받는 걸 부담스러워하는데 여기서는 엉뚱한 질문도 다 받아줘서 좋았어요"


회사에서 회의를 하거나 독서모임을 하다 보면 종종 말에 뼈가 담긴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있다. 그 질문을 받은 상대는 자신을 비방하거나 무시하는 것으로 오해한 나머지 언성이 높아지기도 한다.


A: "이 부분은 조금 더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B : "아니, 그럼 제가 지금까지 안 했다는 거예요?"


싸움은 거는 쪽이 아니라 받는 쪽에서 오해한 나머지 부정적으로 받아치기 때문에 생긴다고 생각한다. 만약 '조금 더 해달라는 요청'에 '내가 안 했다는 건가?'로 반응한다면 서로 좋은 대화가 오고 갈 수 없다.


B : "예를 들어 어떤 부분을 말씀하시는 걸까요?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해 주시겠어요?"

A : "평소에 바쁘신 건 알겠지만 여기까지 하면 저희가 시간이 오래 걸려서.."


언제나 회의나 모임을 주관하는 위치에 있다 보니 다른 사람들보다 많은 질문을 받는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에게 어떤 질문을 받을 때 본능적으로 '나를 비방하는 건가? 무시하는 건가?'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그때 바로 반응하기보다 한 두 번 더 대화를 거친 후에 나만의 오해였음을 깨닫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독서모임에서도 오해하거나 착각하는 사람들은 책을 많이 안 읽었던 사람들보다 자신의 평판을 중요시 여기는 경우에서 많이 발생했다.


"이런 대답을 하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겠지?"

"왜 나한테 이런 질문을 하는 거지? 무시하는 건가?"


자신의 무지가 들킬까 봐 또는 평판이 훼손될까 봐 굉장히 뻔한 류의 질문과 대답만 할 뿐 본인의 생각이나 질문을 좀처럼 내놓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과 모임을 하다 보면 함께 하는 사람들은 금세 지친다.


이어령 선생님의 말씀처럼 납득이 안 가면 질문을 통해 끝까지 답을 얻어내야 건전한 회의, 건전한 모임, 더 나아가 건전한 사회로 나아간다.


세상에 나쁜 질문은 없다. 나쁜 오해만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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