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귀를 간지럽히는 아이의 종알거리는 소리에 눈을 뜨고, 매일 밤 아이의 온기를 느끼며 잠자리에 든다. 주중에는 주말에 아이와 갈 곳을 검색하고 그렇게 주말 오후를 아이와 함께 당연한 듯 보낸다. 내 하루의 시작과 끝을 당연하게 아이가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누군가는 이 당연한 일을 잃어버렸다. 책 <너의 안부>는 아이를 떠나보낸 엄마의 기록이다. 건강하고 맑았던 아이는 어느 날 갑자기 의식을 잃고 대학병원 집중치료실에 입원하게 된다. 작가는 아이와 마지막까지 함께 했던 시간을 기억하고자 글을 썼다고 한다.
책 소개를 보고 ‘읽지 말까, 너무 슬플 텐데’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런 시간을 보내고 사람들의 안부가 궁금해졌다’는 책 띠지의 글귀에 반대로 나는 그녀의 안부가 궁금했다. 그런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그리고 조금은 나아졌는지. 개그우먼인 작가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책에 슬픈 이야기만 있지는 않다, 웃을 구멍도 있다’고 했는데 정말 그렇다. 힘이 되어준 가족과 동료들의 따뜻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주말 오후, 굳은 다짐을 한 부부가 49재에 아이가 입을 옷을 사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10페이지가 채 안 되는 분량을 읽으면서도 눈물이 차올라 눈앞이 뿌예졌다. 아, 벌써부터 이러면 곤란한데. 책을 보는 내내 책상에는 휴지가 쌓여갔다. 마음이 너무 아렸다.
나는 누군가가 잃어버린 귀한 주말 오후를 당연하게 즐겼다. 말을 안 듣는 아이에게 화도 냈다. 건강하게만 자라달라는 다짐은 빛바랜지 오래다. 조금만 참을 걸, 더 잘해줄 걸 하고 자책도 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버거워도 했다. 그저 당연한 것들이라 여겼다. 아니 당연한지 당연하지 않은 일인지조차 무신경했다.
작가는 평범하고 당연했던 날들이, 순간들이 결코 당연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어쩌면 당연하게 보낸 그 하루가 기적이었을지도. 또 어느 날 이렇게 당연하게 흘려보낸 시간들을 돌아보며 후회할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당연하지 않은 귀한 하루를 보냈음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