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을 고민하는 당신에게

by 신지훈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를 한마디로 규정하긴 어려울지 모른다.

다만 이 책에서는 인생의 목적을

자신이 사랑하는 이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정한다.


- 오영욱, <인생의 지도> 중에서




돈만 잘 벌어오면 좋은 아빠로 인정받던 시절이 있었다. 자녀들에게 용돈을 두둑하게 주고, 성적표에 적당히 무관심한 아빠라면 금상첨화였다. 세상은 달라지는 법. 어느 날 텔레비전에서 아이들이 아빠에게 자꾸 어딜 가자고 하기 시작했다. 육아에 지친 엄마를 잠시 쉬게 하고, 아빠 혼자 아이들과 여행을 다녀오는 내용의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육아에 서툰 스타 아빠들이 자녀들과 남겨졌을 때 겪는 좌충우돌을 흥미롭게 다뤘다.


얼마 뒤 <슈퍼맨이 돌아왔다>라는 이름의 방송이 나왔다. 이번에도 역시 유명인 아빠 혼자서 자녀들을 돌보고, 같이 외출하고, 여행을 다니는 이야기였다.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같이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함께 놀아주는 시간적 여유가 많은 아빠들이야말로 아이들에게는 진짜 슈퍼맨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나는 우리 딸에게 어떤 존재일까?’ 나에게도 저 사람들처럼 슈퍼맨이 되는 방법이 있었으니, 바로 아빠 육아휴직이다.


나는 120여 일, 딱 4개월 간 짧은 육아휴직을 다녀왔다. 겨우 넉 달이지만 육아휴직을 하기로 결심하기까지 나름 큰 용기가 필요했다. 법적으로 보장된 제도라 하더라도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아마 대한민국 대부분의 부모들이 공감하는 이유일 것이다.





‘나 정말 육아휴직 가도 될까?’


결국 용기를 냈다. 우선 아내가 매우 적극적으로 호응해줬다. 아내는 자기 회사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라며 내 용기가 멋지다고 격려해주었다. 그리고 육아휴직을 이미 사용했던 남자 동료들을 만나보니 대부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해주어 고민을 더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두려움을 느낄 필요 없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더 길면 좋았겠지만 여러 상황을 고려한 적절한 합의점이 4개월이었다. 아주 짧지도 길지도 않은 120일은 정말이지 순식간에 흘러갔다. 예상과 의지와는 많이 달랐던 일들에 당황하기도 했다. 그 덕분에 육아휴직 경험을 더 오래 기억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특히 코로나19로 온 가족이 힘든 시기에 육아휴직 덕분에 좀 더 밀착해서 아이를 도울 수 있었다는 게 다행스럽기까지 했다. 육아휴직은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이었다.




돌아보니 지금까지 육아나 훈육 같은 걸 제대로 배운 적도 없고, 깊이 고민해보지도 못했음을 자인한다. 얼떨결에 아빠가 되었고 아빠가 되었으니 당연히 아빠라는 역할에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육아휴직이라는 시간은 여러모로 나의 태도를 돌아보고 반성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회사에 복귀하고 얼마 뒤, 육아휴직을 최대 2년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되었다. 아빠들의 육아휴직 발령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기 시작했다. 회사의 제도와 육아휴직자를 바라보는 문화가 점차 좋아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러니 아빠들은 너무 걱정 말고 육아휴직을 꼭 다녀오면 좋겠다. 기간은 본인의 상황에 맞게, 짧더라도 인생 공동체인 내 가족에 대해서 그리고 내 삶에 대해서 한번쯤 잠시 멈춰서 생각해보고 돌보는 계기를 가져보길 권한다. 아빠들이 더 많이 육아휴직 갈수록 우리 사회 전체의 인식도 더 빨리 바뀔 것이고 사회 공동체의 행복지수도 상승하리라 확신한다.


4개월간의 육아휴직의 과정 중 기억에 남는 것들을 소소하게 기록했다. 육아휴직이라는 경험이 삶의 어떤 순간을 의미 있고 특별하게 만드는지 공감하는 시간이 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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