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마침 입사 동기이자 요즘 보기 드문 아이 셋 아빠인 OO 형과 술자리가 있었다. 어느덧 사십대 중반을 향해가는 우리의 관심사는 대체로 노후 준비나 자녀교육 같은 것들이었다. OO 형은 육아휴직을 상담하기에 최적의 인물이었다. 이미 육아휴직 경험이 한차례 있었고, 앞으로도 둘째와 셋째를 위한 육아휴직을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학년까지 쓸 수 있는 거 아냐?”
“3학년이라도 만으로 여덟 살 생일 전이면 갈 수 있어.”
“그래? 전혀 몰랐네. 뭐야, 그럼 나도 육아휴직 할 수 있는 건가?”
“당연하지. 내가 고용노동부에 직접 물어봤어. 생일이 12월이면 3학년 겨울까지 꽉 채우고 갈 수 있는 거지. 혹시 못 믿겠으면 전화해서 물어보셔.”
육아휴직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가진 근로자를 위한 제도이다. 처음에는 2학년이라는 단어만 보고 해당이 안 될 것이라고 실망했다가 만 8세 이하라는 기준에 부합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여 여기저기 찾아보았으나 확신하기 어려웠다. 만 8세 이하라는 말이 만 7세 하고 하루만 지나면 못 쓴다는 건지, 만 8세의 생일까지 쓸 수 있다는 건지 혼란스러웠다. 다행히 만 8세를 꽉 채우는 생일까지 육아휴직을 갈 수 있다는 뜻이었다. (이 글을 쓰면서도 아직 헷갈린다.)
겨울에 태어난 제이는 3학년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만 8세였기에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OO 형도 나와 비슷한 상황에서 관련 기관에 전화까지 해서 확인을 해 본 것이다. 전화 한 통이면 금방 해결될 일에 조마조마했던 마음이 일순간 평온해졌다. 제이의 만 8세 생일이 겨우 몇 달 앞으로 다가와 있었기 때문에 빨리 결정해야 했다. 마음은 급해도 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아내의 동의가 필요했다.
“여보, 나 아직 육아휴직 쓸 수 있대.”
“몰랐어? 올해까지는 갈 수 있지.”
“그래? 알고 있었구나?”
“그야 당연히...”
“아, 난 그것도 모르고 쓸 수 있는지 찾아보느라 헤맸어.”
“백세 인생에서 일 년쯤 어때. 진짜 해봐. 난 적극 찬성.”
“괜찮겠어? 생각보다 부담이 클 것 같은데.”
“막차 떠나고 나서 후회하지 말고.”
“생각 좀 더 해볼게.”
막연한 기대를 뛰어넘는 현실의 문제들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했다. 육아휴직을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면 얼마든지 극복할 자신은 있었다. 다만 회사를 오래 비우게 되면 경제적인 타격이 있고, 복귀 후 업무 적응도 힘들기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아직은 막차가 떠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므로 안심이 되었다. 올해 론칭했던 서비스의 마무리 준비를 하면서 틈틈이 육아휴직을 떠난 나의 모습을 상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