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스포츠단 - 줄넘기

줄넘기로 쌓아가는 추억, 그 첫번째 발걸음

by BAOBAB

지도자 2급 취득 후 일주일에 한 번씩 도장에서 줄넘기 수업을 진행했었다. 하지만 줄넘기 전문 체육관은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기술이나 음악줄넘기, 2인 줄넘기 등 다양하게 수업을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더 배우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있어도 주 1회 주어진 시간 동안에 많은 아이들과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을 수업해야 하니 수업을 듣는 모든 아이들의 만족도를 100프로로 만드는 건 정말 어려웠다. 그러던 중 체육관에서 운영하는 토요 스포츠단 수업에서 줄넘기를 해보는 건 어떠냐는 제안에 고민을 하다가 시작하게 됐다. 토요 스포츠단에는 수영, 축구가 운영 중이었고 보통은 축구센터 또는 수영장으로 우리가 신청한 아이들을 인솔하여 주말마다 태권도 외에 수업을 들을 수 있게 운영하는 주말 수업이다.

수업 시간에 "토요 스포츠단에 줄넘기 수업이 생겼어요~ 하고 싶은 친구들은 신청하세요~ 줄넘기 수업은 나랑 할 거야!"라고 열심히 홍보를 했지만 다들 '줄넘기는 힘든 운동'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재미없고, 어려운 스포츠라는 인식과 '돈을 내고 줄넘기를 배워?'라는 학부모님의 인식이 콜라보를 이뤄 모집이 굉장히 어려웠다. 내가 배운 줄넘기는 충분히 돈을 내고 배울 수 있는 좋은 수업이지만 그렇게 좋은 수업이라는 것을 알리는 일이 쉽지 않은 상황들 속에서 구두로만 전달되는 홍보는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식당을 차리고 손님을 기다리는 기분이었다. 아이들이 많이 신청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내가 진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을지 의문도 많이 생겼고, 자신감도 많이 없었다.

마침내 첫 수업하는 날이 다가오고, 학원문을 열어둔 채 창밖을 보며 아이들을 기다렸다. 몇 명이나 올지, 누가 올지 궁금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걱정도 됐다. 처음 도착한 친구의 뒤로 곧이어 3명의 친구가 더 들어왔고, 그렇게 4명의 친구들과 첫 수업을 시작했다. 줄넘기의 관심보다는 아직 나와의 간식 시간이 더 기다려지는 눈치였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아이들에게 새로운 운동을 전해주고 싶었다. 이 바람이 이뤄지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지금 당장은 이 4명의 친구들이 꾸준히 오는 게 중요했고, 와 주길 바랐다.

대망의 첫 수업은 기본 스텝과 초, 중급 크로스 기술이었다. 4명 중 3명은 이미 나와 태권도 수업 중에 배우고 있어서 기본기는 잡혀있었고, 오빠를 따라온 친구만 줄넘기가 처음이었다. 하지만 고학년이라 그런지 곧잘 따라와 주어서 수업 진행에 차질이 생기진 않았다. 다들 학교나 태권도장에서 하던 게 있어서 자세를 교정하는 시간이 조금 길어졌고 그 이후 기술 수업은 나보다도 더 빠르게 성공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솔직히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뿌듯하긴 하지만 약간 뭐랄까 억울하기도 하고? 앞으로 또 가르쳐야 할 기술을 연습해야 한다는 사실에 막막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억울한 이유는 내가 기술 하나 성공하기 위해 영상을 분석하고 연습하고 성공하는데 걸리는 시간의 10분의 1 시간을 들여 성공하는 아이들의 성장 속도가 억울했다. 나도 조금 더 어렸다면, 누군가가 나를 알려줬다면 하는 부러운 마음도 사실 엄청 컸다. 그래도 기술을 성공하고 신나하고, 줄넘기에 더 재미를 느끼는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이렇게 수업을 시작하고 내가 연습하는 과정에도 변화가 생겼다. 혼자 영상 분석하고 연습하던 방식에서 아이들과 함께 영상을 분석하고 서로가 서로를 봐주면서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어느 부분이 잘 안되는지, 고쳐야 하는지 혼자서 거울 보면서 할 때와 다르게 사방에서 아이들이 보고 피드백을 해주고, 나도 누군가 하는 모습을 보면서 연습을 하다 보니 아이들과 나 모두 성장하는 속도가 더 빨라졌고, 다 같이 하면서 줄넘기라는 운동에 더욱 빠지게 됐다.

기술을 연습하다가 실패하면 서로 조언도 해주고, 성공하면 같이 기뻐해 주고, 작은 기술이지만 서로 영상도 찍어보기도 하고, 줄에 맞아 아파하고 있으면 놀리기도 하면서 그렇게 성장했다. 아이들도 나도 줄넘기라는 운동이 아직 생소하던 그 시기에 우리는 그렇게 천천히 줄넘기에 물들어갔고, 서로의 시간에 웃음이 가득한 추억을 남겼다. 지금도 그 아이들과 연락도 하고, 그때 그 시절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어느새 자라 성인이 된 아이들도 있고, 대입을 준비하는 친구와 고등학교 입학 후 차근차근 본인의 방향을 잡아가는 아이들도 있고, 20대이던 나는 30대가 됐다. 어찌 보면 우리가 함께 성장하는 게 아닌가 싶다. 아직 꿈만 많고 열정만 많던 20대의 강사와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호기심도 많았던 아이들이 만나 10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며 서로의 힘든 시기와 성장 시기를 공유했다. 그 시절 고민하던 내용은 달랐지만 함께 땀 흘리고 성공의 기쁨을 나누기도 했다. 나에게 줄넘기는 그런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준 운동이고, 그럴 수 있게 해준 첫걸음은 토요 스포츠단이었다. 앞으로 줄넘기로 나는 또 어떤 추억을 만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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