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 후

너의 발길이 닿았던 모든 곳

by 봉봉순

펫로스 증후군에 시달렸다. 봉봉이를 강아지별로 보낸 후 약 몇 달간 불면증에 시달렸다. 어둠 속에서 혼자 소파에 우두커니 앉아 멍 때리다가 주먹으로 가슴을 때리며 소리 없는 아우성을 치고 울다가 '이랬으면 상황이 달라졌을까?',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온갖 생각을 하다가 동이 틀 때쯤 겨우 잠이 들었다.


집 안이 온통 봉봉이었다. 그런데 내 강아지 봉봉이만 없다. 그 사실이 나는 너무 힘이 들었다. 아이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 켄넬, 울타리, 매트, 이불, 밥그릇.. 모든 것이 다 그 자리 그대로 있는데..


그렇다고 집 밖은 다를까? 아니.. 함께 걷던 산책길, 좋아하던 잔디밭이 또다시 나를 힘들게 했다. 이런 이유로 한 동안 집 밖에도 나가지 못했다. 혼자서는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더라. 장을 보러 마트에 갈 때면 일부러 아파트 뒷길로 멀리 돌아갈 정도로 봉봉이와 함께 걷던 길을 피해 다녔다. 그런 나를 위해 남편이 함께 손을 잡고 그 길을 걸어줬다. 언제까지 피해 다닐 수는 없으니 연습해야 한다며.


주변인들로부터 오는 연락은 모두 받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위로하기 위해 연락을 취해왔지만 어느 누구와도 대화를 하고 싶지 않았다.


'괜찮아? 힘내'

'봉봉이는 좋은 곳으로 갔을 거야'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을 거야'


위로가 되지 않았다. 나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고마운 말들이었지만 당시 나는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고,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혼자 있고 싶었다.


하루는 새벽에 창 밖으로 보이는 어두운 하늘을 보며 '이대로 죽어도 괜찮겠다' 생각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다. 죽더라도 큰 일은 생기지 않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크게 삶에 대한 미련도 없었다. 시간이 지나 생각해 보니 그때 어쩌면 나 자신도 조금은 위태로운 상황이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무뎌지기 시작했다. 새벽마다 혼자 우는 시간이 점점 줄었고, 잠도 점차 일찍 들게 되었다. 남편이 노력을 많이 했다. 하루 종일 혼자 집에 있던 나를 위해 점심시간 때마다 집에 들러 괜찮은지 확인하고, 퇴근하면 저녁 식사를 하고 잠깐이라도 산책을 했다. 그리고 일부러 주말마다 나들이 나가고, 여행을 다녔다. 그렇게 잠시라도 머릿속에서 봉봉이를 잊을 수 있도록. 참 고마운 사람..


점차 내 생활은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주부로써 해야 하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되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봉봉이가 쓰던 모든 물건들은 정리해 한 곳에 모아 두었다.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줄까 생각이 들다가도 미련이 생겨 못 주겠더라. 내가 가지고 있기로 했다.


KakaoTalk_20260120_160509112.jpg


봉봉이는 스톤이 되어 내 곁에 남아있다.


"계속 옆에 두면 생각날 텐데 어디에 뿌려주는 것이 좋지 않겠어?"


한 친구가 말했다. 재를 함부로 뿌리는 것은 불법이다. 그걸 차치하더라도 내 곁에서 완전히 떠나보내는 것을 내 마음이 허락하지 않는다. 그럼 봉봉이가 없어지는 것 같아서..


어디선가 그러더라.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느끼는 감정이 남녀 다르다고. 물론 둘 다 힘들겠지만 굳이 비교하자면 남자는 가까운 친구나 지인이 죽은 것과 같은 느낌을 느끼고, 여자는 자식이 죽은 것과 같은 느낌은 받는단다. 그래서 여자들이 심한 펫로스 증후군에 시달리는 경우가 비교적 많다고 한다.


그때 내가 느낀 감정이 딱 그거였다. 내 자식이 없어진 느낌.


아무 대가 없이 나만 바라보던 내 새끼, 나만 보면 꼬리치고 쪼르르 달려오던 내 새끼, 내가 어딜 가던 같이 있고 싶어 쫓아다니던 내 새끼, 쉴 때도 몸을 나한테 딱 붙이던 내 새끼..


보고 싶다. 많이...

작가의 이전글2024년 7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