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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g ho Lee Jul 14. 2024

후기

처음 육아휴직 글을 쓰는 데는 철저히 개인적인 욕심이 우선되었다. 육아휴직 이후 급여가 0으로 통장에 찍혔다. 이게 시작점이었던 것 같다. 마음에 불안감이 엄습하기 시작하였다. 분명 아이를 키우는 것만으로도 값진 시간이었다. 하지만 부모로서가 아닌 나에게도 이 시간은 뭔가 더 가치가 있길 기대했다. 그래서 육아휴직 에세이를 쓰기 시작하였다.


글을 쓰기로 하니, 이 글이 생각보다 나를 비롯한 비슷한 경험을 겪거나, 겪어야 할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과거 대비 남자의 육아휴직이 빈번해지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적은 편이기 때문이다. 내 글은 나를 위로하는데도 쓰이겠지만, 나와 비슷한 분들에게도 위로를 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그렇게 마음을 잡고 글을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망설였다. 평소에도 다양한 글을 쓰고 있지만, 업에 관련되었을 지언 정 삶에 대한 글은 많이 없었기 때문이다. 크리스텐센 교수님의 “How will measure your life?”의 글도 그렇고, 우미영 어도비코리아 대표의 저서, “나를 믿고 일한다는 것“에서는 삶과 일에서 교집합을 만드는 것이 중요할 수 있음을 여러 차례 언급해서 인상 깊게 읽은 바 있지만 정작 시도하지는 못하였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시도해야 했다. 그리고 한 번에 성공해야 했다. 돌아오지 못할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정말 열심히 아이를 들여다보기 시작하였다. 아이의 행동을 이전보다 자세히 관찰하였다. 나아가서 아이와 나의 상호작용에 대해서 고민하며 실험을 해보기도 하였다. 나의 행동 변화를 아이가 알아차리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이와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다. 즉 아이의 오늘이 어제와 엮이기 시작하였고, 다시 그 미래를 고민하게 되었다. 책임감은 이전보다 배가 되었다. 그리고 아이의 감정은 나에게 다가와 나의 마음속에도 아이를 향한 사랑을 꽃피워주었다. 이게 글에서 조금씩 묻어 나오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나에게도 하나의 큰 변화가 시작되었다. 바로 감정표현에 관한 것이었다. 나에게 감정표현은 평소에도 굉장히 어려움을 겪는 부분 중 하나였다. 커가면서 경쟁을 배우던 언젠가부터 감정을 숨기는 것이 더 익숙했기 때문이다. 결혼 이후에는 그래도 조금씩 이러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아내가 도와주었다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는 다양한 역할에 맞는 가면을 그때 그때 다르게 쓰면서 살아왔던 것 같다. 


이런 나에게 아이가 보여주는 감정선은 육아휴직 중 불안했던 내 마음에 더 굉장히 큰 감정의 변동을 일으켰다. 그러한 변동은 매 순간 있었고, 갑자기 폭풍처럼 몰려올 때도 있었다. 육아휴직 처음에는 이러한 경험이 너무 힘들었다. 


이러한 경험 속에서 글쓰기는 내 속에 있는 불편함을 토해내는 시간을 주었다. 뿐만 아니라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이 글의 첫 독자로서 아내는 다양한 주제를 던져주기도 하였고, 내 글의 어색함에 날카롭게 첨삭해 주었다. 정면으로 보고 말하기엔 여전히 내성적인 나이기에, 이 자리를 빌려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해본다.


육아휴직 기간의 절반이 지나가는 시점이다. 글은 이렇게 마무리하지만, 아마도 나는 죽을 때까지 아이와 감정을 공유하면서 나만의 에세이를 지속할 것 같다. 이 시간 속에서 지금 이렇게 어설프지만, 끝까지 내려쓴 글들이 마음의 자양분으로 힘이 되었길 바라며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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