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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이모 Jun 13. 2023

무도의 역사-1

(오늘 글은 과학적 근거나 연구는 없이 극히 비전문적 관점으로 씌여진 것임을 미리 밝힙니다)


회사에 입사할 당시 내가 수집한 '단'은 태권도 4단, 검도2단  도합 6단이었다. 회사를 다니며 수줍게 합기도 1단을 추가했다. 왜 하필 무도를 했냐는 등의 질문을 수없이 들어서 이제는 곧잘 설명을 하는 편이다. 자리를 깔아주면 약 20대 중반까지15년간 쉼없이 달려온 무도의 역사를 밤새 늘어놓을 수 있을 것 같다.


회사의 고위간부와의 식사 때는 내 프로필 특이사항 란에 꼭 위와 같은 사실이 기재되곤 했다. 요샌 개인정보 문제로 프로필을 만들지 않는데도 용케 위와 같은 소문은 늘 먼저 도착해있다. 다만 동료, 선배, 후배를 거치면서 이야기는 다소 각색되기 마련이라서 중학교 때까지 간헐적으로 활동했던 시범단이 시, 도 대표로 변질되는가 하면 '시키면 540도 발차기를 찬다'는 등의 수습불가 여론이 되어 되돌아 오는 경우도 많다. 짬밥이 쌓이기 전에는 혹시 발차기 해보라고 할까봐 식사가 잡힌 날에는 치마에 힐을 착용하고 가곤했다. 아, 더불어 야근하다가 몰래  빈방에서 뒤후리기 연습도 했다. 불시에 시켜볼지도 모르니까.


요새는 질문의 방향이 묘하게 틀어져서 '자녀에게 무슨 운동을 시키면 좋겠는가'라고 물어오는 동료들이 늘었다. 그러면 우선 몇가지 비전문가적인 썰을 푼다.


(태권도 잠깐 주짓수 잠깐 시키고싶은 선배에게)

"선배님, 우선, 무도는 유도, 태권도, 검도, 주짓수 각 1단씩 따는것과 태권도 하나가 4단인 것을 아주 다르게 봅니다. 한 개를 4단 정도까지 해야 '오~'소리를 듣는겁니다"

"왜? 뭐가 다른데?"

"제가 해본 3개의 운동을 예로 들자면, 1단 시험의 질문은 '재밌는가?'입니다. 그 운동을 재밌고 좋아하면 합격인 기준이 적용되는 것이지요, 2단 시험은 '좀 늘었는가'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반복 연습으로 기본적인 동작이라도 제법 폼이 잡혔나를 보는 것이지요. 3단 시험은 그야말로 고수를 합격시키는 시험입니다. 3단까지 단련한 사람은 심사에 떨어진다고 삐져서 그 운동을 하네 마네 하는 밀당단계가 더 이상 아니기 때문에 너도 나도 진지하고 엄격해져요. 4단 시험은 '잘 배운 자'를 합격시키는게 아니라 '사부가 되어도 될만한가'를 보는 것입니다. 그러니 4종목 1단을 따는것보다 1개를 4단까지 하는 것이 훨씬 어렵고 동시에 진정한 고수인 것이랄까요"


(태권도를 가르치면 키가 안큰다는 고민을 하는 동료)

"태권도 하면 키커?"

"태권도는 가자마자 발차기부터해, 발차기가 태권도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발을 접었다가 쭉 펴면서 차. 다리를 계속 접었다 뻗고 접었다 뻗는데 어찌 키 걱정을 하십니까. "


(태권도를 배우면 아들이 학교에서 싸움이 붙어도 이길 수 있을까 고민하는 선배)

"잘 싸우려면 자주 싸우는 수밖에 없구요, 내 아들은 평소엔 안싸우지만 싸웠다하면 자신있다!하는 느낌을 원하시면 언능 뭐라도 시작해서 3단을 만듭시다. 그런 느낌은 뭉게소문으로 방어막을 치는게 효과가 있으니까요, 태권도, 유도, 검도 뭐든지간에 3단이라고 하면 일진도 굳이 싸움을 걸어오지 않을 것이니 평온한 학창시절을 보낼 가능성이 약간 높아질 수 있겠습니다" 등등


이런 무도의 역사가 아이들에게 짙게 묻어난다. 우선, 아이 둘다 태권도를 배웠다. 각 3학년, 1학년 때부터 시작하였는데, 태권도만 다녀오면 내게 헷갈리는 부분을 물어보고 1:1 과외를 받았다. 집 옆 상가 피아노원장님 딸래미는 피아노를 엄마에게 배우고 호날두 집 아들래미는 축구를 아빠에게 배우겠지만 우리 집은 태권도를 엄마에게 배웠다. 연남매는 초급자 레벨에서도 동작의 기원과 이름, 응용동작까지 마스터하는 기염을 토했다. 연수는 4학년이 되면서 태권도에 대한 흥미를 잃었지만 엄마에 대한 의리로 국기원은 한번 가주겠다며 1품을 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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