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의 하루는, 책상 앞을 떠나지 못하고, 서류와 컴퓨터 화면을 번갈아 보며 사내 메신저 소리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하루다.
책상에 앉아 잠시 산악 레인저나 스키장 아르바이트를 하며 여름, 겨울을 보내는 상상을 하곤 한다. 일이 끝나면 머리를 너무 써서 당 충전을 해야한다는 논리말고, 일했더니 팔다리를 움직일 힘도 없는 육체적 고단함을 상상해본다.
직장인에게 운동은 생존의 느낌이다. 연수의 "귀가 독촉 전화"가 익숙한 난 더욱 그렇다. 자칫 놓칠 듯 말 듯 하지만, 꾸역꾸역 운동을 삶에 끼워넣고 있다. 회사와 병행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아다닌 여정을 소개해본다.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역시 무도였다.
날 처음 무도의 길로 인도했던 아빠는 직장인은 무도를 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가 분명했다.
태권도를 갓 시작했을 때 아빠는 검도 2단이셨다. 아빠는 자정넘어 퇴근해도 새벽 6시에 검도장을 갔다가 출근하시는 분이었다. 순식간에 태권도와 사랑에 빠지는 딸을 보고 아빠는 고무됐다. 부녀는 모두 여름방학을 기다렸고, 방학시작과 동시에 딸과 검도를 다니려던 아빠의 꿈이 이루어졌다... 딸의 늦잠에 대한 희망은 사라졌다.
아빠는 날 바람의 검심으로 만들고 싶었던 것 같은데, 다행히 검도 여정은 개학과 함께 종료되었다(그렇다. 난 방학 내내 5시 30분에 일어났다). 너무 아쉬워하는 아빠한테 졸린 이 아침에 왜 검도를 하는거냐고 여쭤보니 "직장을 다니며 운동을 하려면 운동만으로 어떠한 성취가 있어야 해, 무도는 단을 따기 때문에 뚜렷한 목표가 생기고, 노력도 구체적이 된단다"라고 말씀하셨다. 지금 써놔도 너무 설득된다.
위 논리에 따라 입사 후 두번째 근무지인 의정부에서, 회사 주변의 도장(무도를 연마하는 곳)을 찾아다녔다. 그곳에서 합기도를 만나, 목표한대로 1단을 추가 수집하였다. 합기도는 낙법과 꺽기, 그리고 발차기를 연마하는 운동으로 이래저래 매우 실용적인데, 그 얘긴 다음으로 일단 미룬다. 연남매는 합기도장을 따라다니며 이미 5살, 3살 때 겨루기 보호대 착용법을 익혔다.
그러나 무도 수련을 통한 '단 수집'은 잦은 지점 이동이 필수인 이 회사에선 다소 적합하지 않았다. 관장님에 대한 존경이 운동에 녹아드는 나같은 사람에게 도장을 옮기는건 매우 힘든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