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기도 이후 운동을 위한 운동을 찾아 나선다.
지난 합기도 관장님이 직장맘의 수련에 크게 감동하여 자꾸 편의를 봐주시고 쉬게 해주신 것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운동' 자체에 포커스를 두되 시간을 최대한 절약해야 하니까(연수가 6살, 연욱이 4살 때이다) 운동량이 극한인 것을 찾았다. 그래서 회사앞 Crossfit을 등록했다. 남편이 Crossfit 6년차에 접어들던 터라 운동량에 대해선 일말의 의심도 없었다 (Crossfit은 백문이 불여일견이니 유투브에 Crossfit을 쳐보길 바란다).
Crossfit은 사람에게 각자 맞는 운동이 있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태권도 능력자로 각종 발차기 실력을 탑재하고 있어도 턱걸이 실력으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충격에 빠졌다. 여리여리한 분이 더 무거운 무게를 드는 모습에 좌절을 겪었다. 잘 못하는 안쓰런 초보자인 나를 도와주던 귀욤귀욤한 실력자를 회사 복도에서 마주친 날 난 의지를 총체적으로 상실했다. 난 내심 그녀가 운동을 업으로 삼은 자이길 바랬나보다(그녀는 정말 대박이었다. 꼭 그녀처럼 운동을 짱 잘하는 사람이 되고싶어요).
그 직후 운동을 찾는 자에게도, 운동을 의식적으로 멀리하는 자에게도, 너무나 큰 변화가 닥쳤다. 코로나가 터졌다.
그 무렵 현 근무지인 성남으로 이동했다. 닥치는대로, 되는대로 운동을 해야했다.
코로나가 정점이던 시절이라 새벽 운동이 가능한 곳이 없었다. 그래서 회사 근처 공원에 있는 트랙을 뛰었다. 그냥 되는대로 뛰었다. 운동을 할 수 있는 야외 공간이 있어서 기쁜 마음에 비가 와도 뛰었다. 옴짝달싹 못하게 만든 방역수칙 속에 이렇게 달릴 수 있다니- 달리기가 처음으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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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무릎이 아팠다.
매.우. 자존심이 상했다.
무릎이 아프다니...
무릎이.
걸을 때 아프다니.
앉아있어도 아프다니.
운동하는 나 자신의 이미지에 심취한 탓인지 충격이 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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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무릎보호대를 차고 달렸다.
그러다가 또 어느 날 좀 무서워졌다.
무서웠던 어느 날, 달리기를 멈췄다.
운동을 좋아하면 다 잘하고 늘 하고 싶은게 있는 것처럼 묻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마침 배우는 운동이 나에게 안맞는 운동일 수도 있고, 그래서 다른 것을 찾아야 할 수도 있으며, 시간이나 장소가 마땅치 않을 수 있다. 그 온갖 악조건들을 누비며 계속 시도해보는 용기와 의지와 고집을 짜내고 짜낼 뿐이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고 아무도 관심갖지 않으니까 내가 스스로 쿵쾅 뛰는 심장을 느끼며 빠르게 흐르고 있을 피에 크게 기뻐하고 고생하는 팔다리를 토닥여준다.
그리고 토루크막토처럼 아예 노는 물을 옮긴다.
이번엔 수영이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