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부의 기준

'부(富)'를 잘 먹고 사는 법

by 낭만봉지 김봉석

나는 종종 부(富)를 식단에 비유해 본다.

매일 먹는 음식이 몸을 만들 듯,
우리가 선택하는 돈의 크기와 방식은 삶의 체질을 만든다.


욕심이 앞서 너무 많이 먹으면 탈이 나고,
필요 이상을 줄이면 결국 기운이 빠진다.
부도 그렇다.
많다고 해서 반드시 자유로워지는 것도 아니고,
적다고 해서 반드시 불행해지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바라는 부는
수십억, 수백억 같은 숫자가 아닐지도 모른다.
넘치지 않고, 모자라지도 않는 상태.
오늘을 걱정 없이 살고,
내일을 지나치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정도의 여유.


소박한 한 끼 앞에서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고,
작은 산책, 평범한 저녁,
아무 일 없는 하루를 귀하게 느낄 수 있는 삶.
그 정도면, 이미 꽤 잘 사는 것이다.



부족할 때는 아낄 줄 알고,
넘칠 때는 움켜쥐지 않는 태도.
지금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은
미래를 위해 비워두거나
누군가와 나눌 줄 아는 마음.


그 균형이 무너지지 않을 때,
돈은 주인이 아니라 도구로 남는다.
그리고 우리는 비로소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들
마음의 평온, 선택의 자유, 관계의 온기를 지킬 수 있다.


진짜 부는
계좌의 숫자가 아니라
삶의 리듬에 숨어 있다.
불안에 쫓기지 않고,
비교에 흔들리지 않는 상태.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건강한 부의 기준이다.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고,
삶이 한 겹 깊어지는 출발선.


그 지점에 닿기 위해
오늘도 나는
과하지 않게, 부족하지 않게
내 삶의 식단을 조심스럽게 고른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아내와 함께 은퇴 이후의 시간을 서두르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큰 계획보다 소소한 하루를 귀하게 여기며,
가고 싶은 곳이 생기면 떠나고,

몸과 마음이 허락하는 속도로 여행한다.


많이 가진 삶은 아니지만,
지금 이 평온을 지킬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렇게 살아가는 오늘이야말로
우리가 선택한 가장 건강한 부의 모습이다.


- 낭만봉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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