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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봉기 Jan 07. 2021

'공정하다는 착각'과 조국, 샌델의 진짜 생각.



"근로소득세의 전부 또는 일부를 없애는 대신 금융소득에 대한 거래세를 일종의 '죄악세'로 신설하여 투기를 억제하는 방안을 토론하자"




즉 저소득 근로자들에겐 세금을 받지 말고 대신 부동산소득이나 금융소득엔 세금폭탄을 때리자는 건데...


누가 이런 소리를 하면 요즘 우리나라에선 당연히 경제를 다 망치는 복지포퓰리스트 또는 아예 사회주의라는 비판을 모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이 "..." 안의 말은 마이클 샌델이 자신의 신작 '공정하다는 착각'의 결론부분에서 제시한 것이다. 각자의 능력으로 이룬 성과를 시장가치로 평가해주는 '능력주의'가 공동체의 관점에선 보면 전혀 평등하지 않고 오히려 능력의 상층부에겐 한없는 오만을 주고 능력의 전쟁에서 밀린이들에게 한없는 패배감만 준다는 논리에서 샌델은 출발한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가서  각자의 능력을 시장에서 평가받자는 현재사회의 기본원리 대신 '각자의 일의 가치를 공동체의 목표에 얼마나 기여했냐'는 생산가치로 평가받자는 윤리적 대안으로 나아간다. 


조중동 등 보수신문은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을 조국사태와 연결지어 풀어내는데 열을 올렸다. 즉 능력경쟁에서 성공한 이들이 만든 스펙들이 사실은 부모들의 자산을 물려받은 행운이라고 지적한 앞부분만 빼내서 열심히 서평을 쓰고 그래서 조국의 딸을 돌려까는데 열을 올렸는데...

실제 읽어보니 샌델은 그런 능력주의 즉 능력을 시장가치로 평가받고 그러기 위해 온갖 규제를 철폐하는 세계화과정을 비판하는데 중점을 둔 것이다. 그래서 그대신 시장에서의 가치와 소비증대 대신 공동체에서 일의 가치라는, 생산자와 공동체의 선으로 가치관을 뒤집자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펼친 것으로 보인다. 


샌델의 거대프로젝트의 첫 장만 잡아서 조국딸 얘기로 열심히 서평을 쓴 것을 샌델이 보면 이 역시 '능력주의 엘리트들의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할 지도 모르겠다. 


암튼 '정의란 무엇인가'보다 어찌보면 더 거대하고 윤리적인 책인 것 같다. 또 희한하게도 샌델은 자신이 집중한 '공동선'과 '일의 가치'를 일찍이 제시한 유일한 정치가로 '로버트 케네디'를 꼽았는데 로버트 케네디를 다룬 논픽션 '라스트 캠페인'이 요새 나온 것과도 연결되는 것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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