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우파는 어떻게 승자가 됐는가?' 외...
이번 재보선의 선거 결과가 집권 더불어민주당엔 반성의 기회를 주는 쓴 약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수십년간 고착화될 보수우위 정치구조의 시작점이 될 수도 있다고 저는 봅니다.
공교롭게 최근에 읽어 본 일본과 미국 정치를 다룬 책들에서 주로 다뤄진 기이한 정치변화 4가지 사례들이 이번 민주당의 패배를 그대로 연상시키는 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번 제대로 정리해보고 싶지만 그럴 시간적, 머리적(?) 여유는 없어 그냥 뇌리 속에 남아 있는 걸 적어봅니다
<일본의 굴레>
1. 일본 민주당의 간 나오토 총리는 일본열도 전체가 방사능 덩어리가 될 위기를 해결 않고 그냥 포기하겠다는 도쿄전력의 황당한 짓거리에 빡쳐서 헬기타고 현장으로 날아가 “이 관료넘들아 내가 공대출신이라 좀 알아..네들이 죽든 살든 바닷물 퍼붓고 뭐라도 해”라고 다그쳐 일본을 구했다. 그러나 일본은 구했지만 그 재해로 인한 혼란은 계속됐고 결국 여러가지 과정을 거쳐 이 재해를 제대로 해결 못한 원인인 관료주의와 책임감 없는 정치인들의 대표로 도리어 자신이 낙인찍히면서(물론 그렇게 낙인찍힐 실수를 자신도 하긴 했지만) 국민들에게 심판당했고 결국 사실상 다시 자민당 일당독재의 길을 열어줬다.
2. 일본의 20대 남성들의 보수화 : 학창시절부터 성실한 여학생들에게 치이고만 살아온 것 같 같은 자신들인데 역시 똑똑한 진보적 정치인들과 지식인들은 “남성들은 그래도 기득권자이니 양보하라”고 하면서 책임을 더 지운다. 매스컴에선 자신들을 게임만 하며 방에만 틀어박힌 오다쿠니 히키코모리니 하면서 멸시하기만 한다. 정치적 올바름을 얘기하는 진보적 정치인이나 엘리트에 대한 반감으로 점점 극우화된다.
<실패한 우파는 어떻게 승자가 됐는가?>
3.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이후 2008년 금융위기의 여파를 헤쳐나가기 위해 여러 규제정책을 내놓는다. 그런데 금융위기를 일으킨 보수파는 오히려 금융회사에 가해진 규제와 금융약자에 대한 지원책 같은 오바마의 정책들과 같은 ‘규제’때문에 금융위기가 온 것이라며 시장에만 맡겨야한다고 하면서 오히려 민주당 엘리트들이 금융위기의 주범이라고 뒤집어 씌운다. 그리고 이들 민주당 엘리트들이 시장과 자유를 없애고 미국을 빨갱이 세상으로 만들 음모를 꾸민다고 요란하게 선동하는 티파티운동을 일으켜 2009년 의회선거에서 근 20년만에 상하원에서 모두 대승하는 역사를 이뤄낸다. 2008년 금융위기의 주범이어서 사라질 뻔했던 공화당이 오히려 1년만에 전후후무한 대승을 거둔 것이다.
<공정하다는 착각>
4. 백인 남성들의 분노와 극보수화 : 흑인들 등 소수민족과 대학졸업한 엘리트들이 계속 일자리를 뺏아가는데 민주당 엘리트들은 계속 그들을 위한 정치적 올바름 정책만 내놓는다고 백인남성들은 피해의식을 갖게 된다. 거기에 민주당과 연결된 금융엘리트들과 테크기업들은 AI에 플랫폼기술로 저숙련 일자리를 없애고 공장을 해외로 보내버린다. 그래서 디트로이트와 펜실베니아는 버려진 러스트벨트가 되는데 이런 와중에도 민주당 엘리트들은 저학력 백인남성들이 힘든 건 바로 저학력 즉 공부 안 한 너희 때문이라고 말하는데…근데 자세히 보니 민주당 엘리트들의 자녀들은 부모가 낸 기부금이나 부모가 만들어준 스펙으로 아이비리그 대학에 간다. 저게 엘리트들이 말하는 공정인가? 그런데 한 초인만은 우리의 속을 풀어주니 그가 바로 트럼트! 정치적 올바름 따위는 개나 줘버리라는 트럼프의 외침에 고졸이하 백인남성들은 모두 열광한다.
<일본의 굴레>와 <실패한 우파는 어떻게 승자가 됐는가?> 등에 나온 사례들을 대충 기억나는 대로 적어봤습니다. 근데 요즘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연상시키는 것이 많지요. 진보적 정치세력이 위선자로 보여지고 소외돼 분노한 젊은 남성들이 보수화되고 하는 현상들은 의외로 동시대적으로 벌어진 일이고 꽤나 강력하고 오래 이어갈 일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나중에 시간되면 위의 내용을 좀더 충실히 정리해 볼까도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