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의 변질

길을 걷다 만난 생각 2

by 봉림숲

길의 변질


물길을 닮았던 적이 있었다

지형에 순응하는 길인 적이 있었다

땅 위에 살아가는 이들의 굴곡진 삶이 투영되어

제멋대로 굽이굽이 나이테가 새겨져 있던 구불길


사랑하는 이들의 편지가 오갔고

아이들을 유혹하던 엿장수의 가위 소리와

'개 삽니다' 개장수 소리가

먼 신작로에서 동네 어귀로 먼저 달려오던 굽은 길


만나고 헤어지는 이들

작별의 서운함이 오래가지 않게

모퉁이 하나쯤은 꺾어놓아

서로 돌아봐도 눈 마주쳐

눈시울 붉히지 말도록 했다


길이 굽어 사람들이 멀어질 거라 생각했다


이제 길은 지형에 순응하지 않는다

곧게 펴진 동네길은

육중한 자동차만 통행을 허락했고

먼 길은 땅에서 솟구쳐 산꼭대기에 걸터앉았다

더 이상 걸을 수 없는 길로 변하자

길을 잃게 된 사람들은 정말 멀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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