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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Oct 02. 2020

적정? 기술

사용되어야 하는 곳에서 적절하게, 오래도록 사용되는 기술


적정 기술의 적정이라는 뜻이 품고 있는 의미는 아주 다양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냥 기술만 싸게 만들어서 공급할 수 있으면 그것을 적정 기술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적정’이라는 말 뜻 안에는 기술과 가격, 운영의 문제뿐만 아니라 그 나라 환경, 문화, 사고, 인식 이런 모든 것들이 함께 녹아 있어야 말 그대로 현지에서 사용될 수 있는 적정한 기술이 될 수 있다.


펌프에서 길러지는 물보다 빗물을 항아리에 모은 물이 더 깨끗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캄보디아에서 NGO 활동을 하고 있는 한 분이 인도에서 값 비싼 Solar Panel을 음식 받침대로 혹은 판잣집 벽이나 지붕으로 사용하고 있는 모습을 직접 보았다고 했다.


왜 그렇게 쓰고 있는지 물었다고 했다.

NGO에서 설치를 해 주고 나서 한 동안 잘 사용하다가 고장이 났는데 아무도 봐주거나 고쳐주는 사람이 없어서 이렇게 쓰고 있다고 했다.


전기선이 들어가지도 않는 마을에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보장하는 기초 전기를 공급하여 그들의 삶을 바꾸어 보겠다고 야심 찬 계획을 갖고 들어온 NGO들은 과연 어디까지 생각하고 이 일을 시작했던 것일까?


어쩌면 이들은 그저 Solar System을 보급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할 일을 다 했다 생각하고 돌아갔을 것이다.


침상 위에 설치된 모기장


내가 가는 캄보디아에 시골 마을에서도 말라리아 문제가 심각하여 한국 봉사단체에서 모기장을 마을에 보급한 적이 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강가에서 튼튼한 한국산 모기장으로 물고기 잡고 있었다.

이들에게 모기장은 모기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보호망이 아니라 그저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새로운 그물이었던 것이다.


얼마 TED에서 재미있는 내용을 강연을 들었다.

아프리카에 에이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0년 동안 수많은 NGO들이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서 에이즈 예방 교육을 하고, 콘돔도 나눠 주고..

그래도 에이즈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고 했다.


대체 왜 이렇게 변화가 없는지 현지에 가서 조사를 해 보니

이들은 에이즈에 걸려 죽으나,

말라리아에 걸려 죽으나,

내전 때문에 총 맞아 죽으나,

길에서 도둑에게 칼에 맞아 죽으나,

더러운 물 마셔서 병 나서 죽으나..

죽을  있는 가능성이 너무 높아 에이즈 예방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줄도 모르고 오랜 시간 그 많은 돈을 들여서 에이즈 계몽 운동만 했으니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적정기술?

무엇이 답인지 나도 아직은 잘 모른다.

그런데 수 천, 수 만 키로 떨어진 곳에서 고상하게 앉아 자신의 생각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적정기술이 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인 것 같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기술만 적절한 것이 아니라 사용되어야 하는 곳에서 적절하게, 오래도록 사용될  있어야 그것이 바로 적정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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