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내 탓.
집에 있으면
귀에서 피가 자주 흐른다.
아무래도 남편은
엄마 배속에서부터
입에 모터를 장착하고
태어난 것 같다.
봉우리는 말이 거의 없다.
남편은 '1분 말 참기'도
힘들어한다.
봉우리 스타일 말.
"나 어제 사과 먹었어~"
(어쩔 땐 사과 먹은 것을
말하지도 않는다.)
남편 스타일의 말.
"내가 어제 사과가 먹고 싶었는데~
바나나도 보이더라고~
내가 바나나를 먹을까 사과를 먹을까
고민했는데
바나나는 영양소가 블라~블라~"
하... 기도드립니다.
저 양반이 결론만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봉우리는 직업병도 있어서
사람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는다.
그래서 더 기가 빨린다.
무의식을 파해쳐 이야기를 해 주려고 하면
기가 막히게 알아차리고 저항한다.
그래서 지인 상담은 안되나 보다.
말이 많은 남편 때문에 피곤하다 느꼈다.
진심 피곤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번개를 바락! 바락! 맞았다.
아!!!
내가 스스로 남편이야기 들어주기를
선택하고 있었구나!!!!!
들어주는 것을 선택한 게 나네?
기가 빨린다고 선택한 것도 나네?
어??? 내가 만든 거네???
남편이 말 많은 게 문제가 전혀 아니네!!!
모든 것은 내 탓이 이었구나.
그 뒤로 남편이 이야기할 때 들어주기 힘들면
그냥 안 듣는다.
그럼 이야기 안 하더라?
남편이 이야기할 때
그냥 책 읽는다.
그럼 이야기 안 하더라?
남편이 이야기할 때
'나 이야기 듣기 힘들어'한다.
그래도 못 참고 30초 후에
다시 말하더라?
그럼 그냥 안 듣는다.
그럼 말 안 하더라?
이야.
간단하더라
모든 것이 내 탓이더라
내가 선택한 데로 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