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완벽한 피크닉을 즐기는 법

걸어서 파리 한 바퀴 ep.11 쏘 공원 (Parc de Sceax)

by 마리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파리 근교는 단연 베르사유(Versailles). 하지만 파리지엔들이 피크닉을 즐기는 곳은 따로 있다. 베르사유보다 쾌적하고 베르사유 못지않게 아름다운, 겹벚꽃이 만개하는 봄이면 완벽한 피크닉 스폿이 되는 쏘 공원(Parc de Sceaux)! RER B선을 타고 40분이면 닿을 거리라 같은 파리 근교라도 베르사유처럼 긴 입장 줄을 거치지 않아도 되고 심지어 무료로 개방된다. '작은 베르사유'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아름답기로도 손에 꼽히는 쏘 공원을 소개한다.


from Paris to Parc de Sceaux


쏘 공원은 RER B선 남쪽 노선을 타고 30 분 거리로 가장 쉽게 갈 수 있는 방법은 RER B선이 지나는 덩페 호슈(Denfert-Rochereau)나 씨떼 유니벡시티 (Cite Universite) 역에서 열차 타기. 전광판에서 쏘 지역으로 가는 노선에 불이 들어오는 열차를 탑승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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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 공원은 규모만 약 3천 평에 달하기 때문에 RER에서 내려 쏘 공원에 접근할 수 있는 역만 3군데가 있다. 북쪽 정문으로 들어가려면 쏘(Sceaux), 동쪽 정문으로 들어가려면 파크 드 쏘(Parc de Sceaux), 남쪽 정문으로 들어가려면 라 크루와 드 베르니(La Croix de Berny) 역이다. 특별히 어디로 가야 한다는 없고 본인의 취향에 따라 정하면 되는데 보통은 남쪽 정문으로 들어갈 수 있는 라 크루와 드 베르니(La Croix de Berny) 역에서 피크닉을 즐기고 북쪽 정문으로 나와 쏘(Sceaux) 역에서 RER를 타고 돌아오는 것을 추천한다.



한 여름의 피크닉


쏘 공원은 베르사유와 달리 입장료가 없고 파리에서 더 가깝기 때문에 파리지엔처럼 한 달 살기하고 싶은 이들에게 피크닉을 즐길만한 장소로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가장 추천하는 시즌은 겹벚꽃이 만개하는 봄! 도심에서는 생각보다 벚꽃을 보기 어렵지만 쏘 공원에서는 겹겹이 풍성하게 꽃잎을 피워낸 겹벚꽃을 볼 수 있다. (정작 나는 봄이면 지옥의 기말고사를 치러내느라 한 번도 즐기지 못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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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피크닉은 즐기지 못했지만 한적한 공원에서 즐기는 한여름의 피크닉도 나름의 운치와 멋이 있는 법. 벚꽃이 목적이 아니라 '피크닉'이 목적이라면 언제든 방문해도 좋다. 나는 부모님이 휴가를 오셨던 8월 파리지엔들도 모두 휴가를 떠난 바캉스 시즌에 공원을 찾았는데 휴가를 겸해서 공원을 찾은 주민들을 꽤 볼 수 있었다. 참고로 공원 주변을 비롯해 공원 내에 따로 식사할 만한 곳은 없기 때문에 쏘 공원으로 피크닉을 결정했다면 먹거리는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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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닉의 묘미는 잔디밭에 드러누워 하늘 끝에 닿을 듯 뻗은 나무 사이로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는 것! 공원도 파리도 조용한 시즌에 찾았더니 들려오는 소리라고는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 소리와 간간이 들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전부라 힐링을 위한 한 여름의 피크닉을 제대로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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챙겨 온 도시락으로 배를 채우고 나선 산책길에는 저마다의 모습으로 풍경 속을 파고드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속에서 몽글몽글 따뜻하고 기분 좋은 감정이 퍼지는 것 같다. 쏘 공원에는 길이가 1km에 달하는 운하가 있는데 지금의 샤토 (Chateaux de Sceaux)를 완성시킨 콜베르의 큰 아들 세뉴래 후작이 영토를 상속받은 후에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고 한다. 운하 속에는 잉어가 많이 산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간혹 낚시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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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닉을 떠난 날은 햇살이 뜨겁다 못해 따가웠는데 잔디 곳곳에서 '내가 눕는 곧이 바로 해변이다'를 몸소 실천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유럽사람들에게 웃통을 훌러덩훌러덩 벗어던지는 정도의 노출은 노출 축에도 끼지 않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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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을 걷다 보면 쏘 공원 내부에 자리한 성을 만날 수 있는데 쏘 공원의 성과 정원은 왕의 고문관을 지낸 루이 뽀띠에가 처음 건설했다. 이후 절대왕정 시기 총리였던 꼴베르(Colbert)가 영토를 사들이면서 성을 확장하고 루브르 실내 장식가로 유명한 샤를르 르 브룅(Charles Le Brun)과 베르사유 정원 디자이너로 알려진 앙드레 르 노트르 (Andre Le Notre)가 지금의 모습을 완성했다.


쏘 성은 현재 박물관으로 사용 중인데 예전에는 예술가들의 보금자리 역할도 했다고 한다. (내가 방문한 날은 리모델링 중이라 들어가지 못했다...) 콜베르의 큰 아들 세뉴래 후작이 사망한 후 루이 14세의 서자 맨느 공작(Duc du Maine)이 새로운 주인이 되었는데 그의 부인이 예술에 관심이 많아 많은 예술가들을 초대했기 때문이라고. 시인과 연극인들을 초대해 화려한 조명과 불꽃놀이를 동반하는 음학회나 극을 상영하는 쏘 공원의 밤(Nuits de Sceaux)을 개최했는데 이는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는 대표적인 행사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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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쏘 공원은 프랑스혁명 시기 국민 재산으로 지정되어 몰수되면서 이후 공원에 있던 유명 조각가의 작품이 사방으로 흩어지게 되었는데 그중 일부는 뤽상부르 정원과 튈르리 정원에서 볼 수 있다. 운하를 기점으로 공원 중심부가 잘 가꿔진 정원 느낌이라면 운하에서 멀어질수록 숲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데 지금까지 가본 공원 중 나무가 가장 울창해서 공원에서 트래킹을 즐기는 사람들도 종종 마주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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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계획은 남쪽 정문으로 들어가서 북쪽 정문으로 나와 RER를 타고 파리로 돌아오는 것이었지만 햇살이 너무 뜨거워 성에서 다시 아래로 내려와 동쪽 정문으로 나왔다. RER를 타러 가는 길, 구경 삼아 주변 마을을 돌아봤는데 파리 외곽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쏘 지역이 처음이었다. 무엇보다 파리 근교에서 치안이 가장 좋아 보였다. 쏘 공원(Parc de Sceaux) 역에서 다시 파리까지 가는 노선은 하나라 돌아가는 길에는 열차를 잘 못 탈 걱정은 할 필요는 없다. 배차 간격도 15분으로 짧은 편!




전지적 관찰자 시점, 가끔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여행 이야기.

시선기록장 @bonheur_archive

파리 사진집 <from Paris>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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