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본이 Nov 01. 2024

밤새 함께 놀 친구가 있다는 건 멋진 인생이야.

뉴질랜드 워킹 홀리데이 프롤로그 13

꼬박 1년을 준비했는데도 여전히 부족한 것만 계속해서 눈에 들어오는 뉴질랜드 워킹 홀리데이.

이러다가 영영 떠나지 않을 거 같아. 

서둘러 뉴질랜드 오클랜드행 편도 비행기 티켓을 샀고, 필리핀 어학연수 잔금을 보냈다. 

그리고는 내가 사랑하는 친구들과 굿바이 파티를 했다. 


언젠가 내가 숙취에 힘들어하고 있을 때 아빠가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있다. 


밤새 함께 놀 친구가 있다는 건 멋진 인생을 살고 있는 거다. 


그 말이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아 친구들과 신나게 놀 때면 역시 내 인생은 찬란하다고 느껴진다.

(물론 다음날 숙취는 여전히 괴롭고 후회가 남지만 말이다.) 


유난히 추웠던 12월 내가 필리핀으로 떠나기 전 날 우리는 이태원에 모였다. 

치앙마이에서 드랙쇼 클럽에서 만난 친구들과 클럽 GWEN을 함께 만든 동료들과 그리고 은평구 자궁이 나아준 나의 또 다른 자매님과 함께 무려 12명이 추위도 새까맣게 까먹고 밤새 드랙쇼를 보며 소리 지르고 데낄라샷을 때려 넣으며 다음날 첫차가 뜨는 순간까지 달렸다. 


다음날 출국인데 밤새 논 나를 보고 누군가는 미련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나는 그 순간 한국을 떠나는 게 두렵지 않아 졌다. 

워킹 홀리데이를 준비하면서 가장 두려웠던 게 뭐냐고 물어보면 낯선 나라에 가서 사는 게 두려운 게 아니었다. 


한국에 돌아왔을 때 내 자리가 있을까? 


이 물음표가 나를 그렇게 두렵게 만들었다.

한국을 영영 떠나는 게 아니었지만 1년이라는 기간은 내가 흐려지려면 충분히 가능한 시간이라도 생각했다. 

그런데 그날 기꺼이 시간을 내어 함께 해준 친구들 덕분에 안심할 수 있었다. 

뉴질랜드에 갔다가 못 이기고 일주일 만에 한국에 돌아와도 내 친구들이 두 팔 벌려 꼭 안아줄게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졌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나의 10년 지기 친구들의 배웅을 받으며 씩씩하게 출국할 수 있었다. 


고맙다 내 친구들아. 

이전 13화 예술인 창작지원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