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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본이 Nov 16. 2024

웰컴 투 크레이지 치킨 월드

뉴질랜드 워킹 홀리데이 프롤로그 15


풀리지 않는 숙취를 가득 안고 저녁 8시 비행기를 타서 새벽 1시에 세부에 도착했다.

입국심사를 마치고 나와 출국장의 자동문이 열림과 동시에 덥고 습한 공기가 밀려왔다.

늦은 시간에 혼자 택시를 타고 들어갈 자신이 없어서 어학원 측에 공항 픽업 서비스를 신청했다.

공항 앞에 어색하게 어학원 팻말을 든 학생 매니저님을 만나 택시를 타고 어학원에 도착했다.


도착한 시간이 늦어서 짐을 정리할 정신도 없이 삐그덕거리는 도미토리 침대 2층에 올라가 기절하듯 잠을 청하려고 했지만 나를 반겨주는 건 목이 터지라 울어대는 쌈닭들이었다.

어학원 뒤에 쌈닭 농장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내일 곧 죽어비릴  것 같이 미친 듯이 울어대는 쌈닭 소리에 한숨도 자지 못한 채로 어학원 OT에 참여했다.


어학원 OT에서 몇십 페이지가 넘는 종이에 적힌 규정들을 설명해 주며 이것들을 어겼을 때 벌점이 쌓이고 너무 많이 쌓였을 때는 퇴소 조치가 된다는 내용이었다.

반항심이 한껏 올라오는 순간이었지만 뭐 어쩌겠는지 내가 내 돈 주고 감옥에 들어온 것을….

빼곡한 규정들을 보면서 숨이 턱 막혀왔지만, 더 한 건 해당 규정들에 동의한다는 사인을 해야 했다.


통금, 규정, 벌점이 싫어서 학교도 다니지 않았던 내가 머리가 제법 커버린 지금 제 발로 다시 학교에 들어온 격이었다. 그것도 규칙이 매우 매우 많은 곳을.


이미 첫 단추부터 잘 못 끼어버린 어학원의 첫날이었지만 그 후에 몰아치는 OT 일정을 소화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대망의 레벨테스트.

당연히 기대하지 않았지만 역시나 기대하지 않은 로우비기너 레벨이 나왔다.

다행히 전부 엘리멘터리가 나오지 않은 것만으로 나는 안심했다.


그렇다. 웰컴투 필리핀 세부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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