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워킹 홀리데이 프롤로그 17
어학원에 들어가서 난생처음 영어공부를 시작하고 한국어에는 있는 말이 영어에는 없어서 그와 비슷한 뉘앙스의 말을 찾아야 한다는 게 정말 낯설었다.
예를 들어서 내가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에게 "오늘 고생 많으셨습니다. 내일 봬요.'라는 말이 하고 싶었는데 순간 '고생하셨습니다'라는 말을 몰라서 'thank you teacher, see you tomorrow.'라고 말을 하고 나왔다.
그 후로 방에 돌아가서 '고생하셨습니다'라는 말을 사전도 뒤져보고 유튜브도 뒤져봤지만 찾지 못했다.
결국에 내가 찾은 표현은 'thank you for your good teaching today.' 정도였다.
하지만 이 말을 한국어로 번역하면 '오늘 좋은 수업 감사합니다.'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데 내가 생각했을 때 '고생했습니다.'라는 말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이때 내가 느낀 영어는 참 '긍정적'이다.
선생님의 좋은 가르침에 '감사'를 전하지 '수고', '고생' 등등 그의 어려움과 애를 씀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물론 이 사고방식의 다름을 이제 조금 받아들였지만 처음에는 정말 멘붕이었다.
왜냐하면 내가 일본어와 중국어를 배울 때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일본어, 중국어에 고스란히 있었기 때문에 직역을 할 수 있었다.
언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사고방식이 다르고 문화가 달라서 말이(단어) 없는 경험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영어에 없는 말들(단어)이 있는 게 참 난감했었다.
'고생하셨습니다.'라는 말을 중국어로 하고 싶으면 ‘辛苦了。’ 일본어에서는 'お疲れ様でした。'
동아시아에는 '한자'라는 문자를 공유했던 과거가 있고 그 문자를 바탕으로 언어들이 발전해 와서 그런지 여전히 ‘말하기’를 구성하는 방법이 비슷하다.
그리고 한국, 일본, 중국 이 세나라는 다른 나라지만 생각하는 많은 부분들을 공유하고 있다는 걸 영어를 공부하면서 확실하게 느꼈다.
제일 큰 건! 식문화!
이 에피소드는 그룹 수업을 듣다가 생겼다.
그룹 수업에서 무슨 과자를 나눠 먹고 있었나? 그 과자의 맛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고 해서 나는 (과자 맛이)고소하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또 말문이 턱 막혔다.
'고소하다' 이건 영어로 어떻게 말하지?
그래서 또 바로 사전을 켜서 찾아보는데 (소장을 제출하다) 고소하다'라는 의미만 뜨고 내가 말하고 싶은
(맛이) 고소하다는 영어 표현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순간 또 머리에 망치를 맞을 것처럼 ‘응? 이 말이 왜 없어?’라고 생각하며 수업이 끝나고 방에 돌아가서 바로 또 유튜브를 찾아봤는데 서양권에서는 '깨, 참기름'을 먹지 않아서 (맛이) 고소하다는 표현을 영어로 번역하기가 참 애매하다고 하다는 영상을 봤다.
견과류의 고소함은 nutty
우유의 고소함은 milky 또는 creamy라고 표현할 수 있다.
정확하게 (맛이) 고소하다는 단어는 없지만 그들이 먹는 음식들에서 느껴지는 맛을 표현하는 것이니 분명히 그들의 '고소함'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참기름을 먹지 않아서 그 맛을 표현하는 말에 대한 개념자체가 없다는 걸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다.
그렇다 중국에도 일본에도 특히 한국은 '참기름'이 없으면 큰일 나는 나라다.
나는 그런 나라의 언어만 배워왔으니 당연히 (맛이) 고소하다는 단어를 배울 수 있었는데 영어에는 없었다.
일본인, 중국인 친구들에게 내가 번역기를 돌려서 보여줬을 때 친구들은 내가 말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이해했지만 필리핀 선생님은 이해하지 못했다.
이야~ 영어는 정말 나한테 먼 나라 이웃나라 언어였다.
마지막으로 '아쉽다'
어학원에 있다 보면 매주 졸업식을 해서 친구들과 매주 헤어져야 한다.
어떤 친구는 만난 지 일주일 만에 헤어지고 어떤 친구는 몇 달을 함께 놀다가 헤어져야 해서 괜히 마음이 헛헛해진다. 그럴 때면 괜히 아쉬운 마음에 '너랑 헤어져서 아쉬워'라고 말하려고 하는데 또! 말문이 턱 막히면서 ‘아쉽다’ 이건 영어로 어떻게 말하지 물음표가 또 떠서 바로 파파고 번역기를 돌려봤는데 'I'm so sad'라고 번역이 나오는 게 아닌가...
물론 'sad'라는 단어 안에 '슬픔'이라는 뜻만 있는 건 아니지만 'sad'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첫 번째로 떠오르는 뜻이 '슬픔' 아닌가.
나는 친구랑 헤어지는 게 아쉬운 거지 슬픈 건 절대 아니었다.
근데 내가 영어로 고작 할 수 있는 말이 'I'm so sad'라니...
내가 정말 극극극 초보 단계의 영어 수준이니 말의 한계가 많은 건 맞지만 이쯤 되어서 느낀 영어는 말이(단어) 좀 부족한 거 같다...
아니면 한국어가 말이(단어) 너무 많거나...
그럼에도 이렇게 다름을 찾아가며 영어가 조금씩 늘어가니 제법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