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의 단상
다만, 알아차렸을 뿐이다.
나의 한계가, 나의 실력이 딱 여기까지임을.
누군가는 글로써 돈과 명성을 얻고, 다른 누군가는 글로써 돈과 노력을 소비한다.
나는 후자였음을 고백한다.
소비재라 함은, 인간이 욕망을 채우기 위하여 일상생활에서 직접 소비하는 재화이다.
돈과 노력을 써야지만 글을 얻을 수 있었으니, 이게 나에겐 소비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마냥 글을 얻는 것으로 나는 자의식과 자존감과 효능감을 얻고 살아왔다.
글로써 나를 빛내면 많은 시선을 받을 줄로만 알았다. 사실 알고 있는 명백함이었는데, 오산은 다시 반복된다.
소비의 고질적인 폐해는 이런 것이다.
더 이상 재화가 없다면 내가 나로서 살 수 없게 되는 것. 그 말인즉슨 소비는 나의 영혼을 갉아먹는 일이고, 소비재로는 원하는 나를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이다. 재화로 살 수 있는 소비재 따위에 더 이상 나를 욱여넣고 싶지 않아 졌다.
소비를 하면서도, 나는 늘 생각했다.
누가 봐주지 않고 알아주지 않는다고 그게 쓰레기로 전락되는 건 아니라고.
그렇게 누군가가 명품을 소비할 때, 나는 글을 소비하고 살았던 지난한 몇 년이었다.
애써 돈과 시간과 품을 들여 짠하고 보여주면, 누가 봐줄 줄 알았고 인정해줄 줄 알았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결국 나를 일으키지 못했다.
미친 듯이 글을 토해내며 품과 돈을 쏟아부어도 나는 여전히 제자리에 머무를 뿐이었다.
어쩌면 소비라는 것은 내 안의 욕망에서 발현된 공허한 상상인 줄도 모른다.
잔뜩 기대를 품고서 원하는 미래를 사는 것과 같은 상상 말이다.
그러니 사고 또 사고 계속해서 사게 된다.
상상만으로는 세상도 사람도 심지어 나 자신도 바꾸지 못한다. 그러니 망상일 수밖에 없다.
나는 글을 쓴다 치면서, 내 안에 망상만 키워내고 살았다. 그러한 작업이 헛된 것이었음을 이제와 깨닫는다.
이제는 살아있는 현실을 살고자 한다.
또 다른 소비재에 눈독 들이며 돈과 품을 쓰지 않고, 그저 내가 내 자신에게 오롯한 시선을 두려고 한다.
그 누가 봐주지 않아도, 내가 바라보는 내 시선 하나여도 나는 충분해질 것이라 믿는다.
꼭 그럴 것이라고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