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에 대한 단상

ft.스콧 니어링의 리코더 연습

by 정이나

헌트릭스의 <골든>을 들어 보면, 인트로가 엄청 빨리 연주되는 걸 알 수 있다. 메트로놈으로 해 보면 점사분음표=123의 속도다. 그런데 오늘 악보를 보면서 떠듬떠듬 천천히 쳐 보니까, 의외로 음이 처연하고 슬프다. 뭔가 한 같은 것이 느껴진다. 유명한 곡들을 제 속도 말고, 아주 천천히 쳐 보면 그 음과 멜로디를 더 잘 음미할 수 있다. 전에 어떤 외국인 유튜브를 보니까 클래식 명곡들을 엄청 천천히 치는 사람도 있었다.


어쨌든 연주 솜씨가 없으니 덜커덕거리며 천천히 치고 있는데, 갑자기 스콧 니어링이 생각났다. 강연차 도시에 왔다가 저녁에 작은 숙소의 침대에 걸터앉아서 리코더를 연습하고 있는 그 사람이. 사는 동안 대중에게 크게 인정받지 못했을지 모르나 그 사람의 평전을 읽은 나는 살면서 한 번씩 그 사람을 떠올린다. 그런데 그의 후광은 찬란한 금빛이 아니라 작은 창으로 은근히 스며드는 황혼의 빛이다. 나도 그 사람처럼, 서툴지만 본연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음들을 하나하나 누르면서 영혼을 울리고 있다. 내겐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골든>을 계속 연습하다 보니 나이 들고 많은 것을 내려놓기 시작한 이 사람의 마음까지 설레고 벅차오른다. 어두웠던 하늘을 서서히 물들이는 여명의 빛으로 시작하는, 참 젊고 멋진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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