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의 한 조각, 이끼 키우기

정확한 이끼의 이름은 모름. 땅에서 채집한 것은 아마 깃털이끼?

by 정이나

어느 날, 땅바닥에서 폭신폭신하게 자라고 있는 이끼를 발견했을 때, 아기 손바닥만큼 떼어서 집으로 가져왔다. 유리 반찬통에 올려놓고 분무기로 물을 좀 뿌린 후에 먼지가 들어가지 않게 성근 뚜껑을 덮었다.


집 안에서도 광활한 푸른 초원의 한 조각을 보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방 안에 작고 검은 날파리가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급히 찾아 보니, 야생에서 채집한 이끼를 검역을 하지 않고 들여 놓으면 이끼 사이에 들어있던 벌레의 알이 부화한다는 것이었다. 찾아본 바 가장 간단한 검역법은 이끼를 물:과산화수소수를 10:1로 희석한 물에 1분 동안 담근 뒤 수돗물에 헹궈내는 방법이었다.


검역을 하니까 날파리는 없어졌다. 하지만 뭔가 잘못했는지 이끼가 한쪽부터 갈색으로 병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이끼전문가'의 인터넷 강의를 들었다. 전문가가 했듯 낮은 반찬통 대신에 둥글고 깊은 된장 유리병으로 이끼의 보금자리를 꾸몄다. 맨 아래에는 굵은 자갈, 그 다음에는 잔 돌을 넣을 뒤, 흙을 얇게 깔고나서 이끼를 올려놓았다. 물이 고이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뚜껑 대신에 랩을 하고 젓가락으로 구멍을 숭숭 뚫었다. 습도 유지를 위해서다. 그리고 이끼를 햇살이 비치는 곳에 두었다. 그동안 이끼는 음지 식물이라고 햇빛을 신경쓰지 않았었는데, 역시 이끼에게도 햇빛이 필요한가 보았다. 이끼도 광합성을 해야 하니까 말이다.


이끼는 다시 살아났다. 갈색으로 죽어가던 부분이 어느새 푸른 이끼로 채워졌다. 분무기로 물을 자주 뿌려 줄 필요도 없었다. 안에서는 적당한 습도가 거의 항상 유지되었다. 유리에 맺힌 미세한 물방울로 알 수 있다. 랩을 열고 이끼를 손가락으로 눌러 보면 촉촉하고 푹신푹신하다. 그런데, 이제 유리병이 너무 좁은 것 같긴 하다. 좀 더 큰 병으로 옮겨야 할 것 같다.


자신감을 얻은 나는 공원에서 주운 나무껍질에 붙은 마른 이끼 조각도 가져왔다. 물로 씻으니 이끼가 생생하게 살아났다. 병에 든 동전만한 이끼는 계속 살아있지만 더 퍼지지는 않는다. 퍼질 나무껍질이 없어서 그런 것 같아서, 나무껍질도 주워서 옆에 두었다. 어떻게 잘 자랄지 궁금하다.


가을에 집 뒤 응달에서 채집했던 우산이끼는 당연하게도 실패했다. 당시에는 그냥 통에 이끼만 달랑 넣어 두었으니 당연한 결과였을 거다. 겨울이 끝나고 야생 우산이끼가 자라나면 그때 다시 도전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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