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오늘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충분히 감동적

by 정이나

전자책을 뭘 읽을까 하며 교보문고 sam의 소설 베스트를 죽 스크롤해 내려보았다. 맨 위에는 맥심잡지가 있고 (왜 소설 섹션에 있는 걸까) 그 아래로 여러가지가 있다. 하지만 별로 흥미가 일지 않았다. 나는 사실 로맨스나 판타지를 즐기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이 작품도 몇 번이나 지나쳤었다.


그런데 요 며칠전에 그냥 내려받아서 읽어 보았다. 사실 '선행성기억상실증'이라는 하룻밤 자고나면 전날의 일이 모조리 없어지는 병에 관한 영화는 여러가지 있었다. 그래서 별로 흥미가 일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러한 전제는 진부할지 모르겠으나 그 소재를 풀어나가는 방법이 아주 신선하고 풋풋하여 마음을 흐뭇하게 물들이는 것이었다.


주인공들이 고등학생 2학년이라 청소년 소설 같은 미숙하면서도 순수한 느낌이 있었고, 일본 특유의 간결한 문체도 마음을 끌었다. 어쩌다 새로운 기억이 축적되지 않는 여자애와 사귀게 된 남자애는 그 여자애의 하루하루를 즐겁게 만들어주려고 노력한다. 여자애는 날마다 일기를 쓴다. 학교에서는 메모를 하고 영상을 찍어서 그날의 기억을 담아 둔다. 아침에 일어나면 여자애는 자신이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절망한 뒤에, 전날의 자신이 남겨 둔 일기와 메모들을 읽고 기억을 잇는다. 그리고 그 하루를 또 살아간다. 그 절망스러운 나날에 남자애가 등장해 하루하루를 빛나게 만들어 준다. 물론 여자애는 기억을 하지 못하지만.


역시 너무 재미있어서 이틀만에 읽었나? 읽으면서 짧은 문장에도 어김없이 감동하고 극중 어이없는 상황에 가슴 저리기도 했다. 다 읽고 나서 찾아보니 일본에서 영화화도 되었고, 우리나라에서 리메이크한 드라마가 이틀전에 나왔다고 하니, 나랑 이 책이 무슨 인연인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영상은 보지 않으련다. 책을 읽으며 떠올렸던 나만의 상상속에 뭔가 다른 사람이 상상한 이미지로 덮어씌우고 싶지 않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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