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의 뚜벅뚜벅 행진곡

<임동혁의 모망 뮈지코>

by 정이나

얼마전 피아니스트 임동혁님의 갑작스러운 뉴스기사를 보고 난 뒤, 집에 있는 그분의 악보집을 다시 꺼내 보았다. <임동혁의 모망 뮈지코>이다.


그동안 이 책에서 가장 짧은 곡인 쇼팽 프렐류드 뱃노래 op 28-7만 가끔 쳐 보곤 했었다. 임동혁 님은 이 책에 연주 코멘트도 적어 놓으셨는데, 그중 '오른손 내성의 하행하는 선율선을 보여준다'라는 게 기억에 남는다. 연주할 때 엄지로 치게 되어 있는 그부분의 멜로디를 잘 들리게 연습하면서 그 음을 음미하곤 했었다.


이번에는 가장 앞장에 있는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앞부분을 쳐 보았다. 몇 년 전에 쳤던 곡인데 다 잊어 버렸는지 잘 되지 않았고, 트릴은 하나도 되지 않았다. 결국 한 장 더 넘겨 보니 슈베르트 즉흥곡 90-1이 나온다.


'아주 세게' 그 다음 음이 곧바로 '아주 여리게' 시작하는 이 곡은 무거운 발걸음을 질질 끌며 걸어가는 패잔병들의 행진같이 들린다. 곡 설명은 이렇다.


"첫 번째 곡을 시작으로 기나긴 여정이 시작됩니다... 장엄하게, 서두르지 말고 시선을 멀리 가져가야 합니다...슈베르트 특유의 장조와 단조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야 합니다. 이 곡은 여러 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따라서 각각 다른 캐릭터를 보여줘야 합니다..."


멋진 설명을 시작으로 한음한음 쳐 보지만 나는 역시 뚝뚝 끊어지고 전혀 감성적이지 않게 치고 있다. 유튜브 찾아 들어보니 참 장엄하고 유려한 연주이다. 뚜벅뚜벅 비극적으로 걷는 발걸음 소리가 들리는 듯한 이 곡을 들으며 그분을 마음속으로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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