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하여
영화에서 두 사람의 영혼이 서로 바뀐다거나 하는 건 종종 보았다. 그런 설정은 참 재미있으면서도 유치하기도 하다. 결국 코메디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책, <비밀>은 코메디가 아니었다.
주인공 남편의 아내와 어린 딸이 사고를 당해, 아내의 영혼이 딸의 몸에 깃들게 된 이야기이다. 아내의 몸은 사망했고, 딸의 영혼 역시 사라져 버렸다. 아내는 자신의 영혼이 죽더라도 딸이 세상에 살아돌아왔으면 하고 간절히 바란다. 남편 역시 마찬가지지만, 아내의 영혼 역시 잃고 싶지 않다. 이 책의 결말에 가서는 어떻게 될 것인가!
내가 보기에 이 책은 부부간의 사랑 이야기다. 부부 둘다 딸을 목숨만큼 사랑한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그런 딸을 잃은 시점에서는 이제 서로에게는 그 둘밖에 없다. 하지만 이제 정상적으로 부부로서 살아갈 수가 없는 상태이다. 그렇게 딸의 몸에 깃든 아내는 밖에서는 다시 어린 학생이 되어 학교를 다니고, 안에서는 아내로서 집안일을 하고 요리를 하고 남편과 정다운 대화를 나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남편과 아내라는 이 관계에 점점 변화가 일기 시작한다.
몸이냐 정신이냐라는 오래된 물음을 다시 한번 생각나게 하는 이 소설은 참 여러가지를 생각해보게 해 주었다.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재미있고 흡인력이 있으며 인간으로서 느끼는 딜레마에 대해 한번쯤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