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사슬 끄는 소리

라고 생각했던 것의 정체

by 정이나

밤중에 밖에서 드르륵드르륵 소리가 났다. 밖은 깜깜했다. 창문으로 안의 불빛이 새어나가서 어렴풋하게 보이긴 했지만 밖에서 무엇이 소리를 내는지 알지 못했다. 오히려 밖에서는 안이 훤히 보일 터다.


자정에도 깨어 있는 아이에게 말했다.


"밖에서 누군가가 무거운 것을 끄는 소리가 나. 무서워."

"무슨 소리가 난다고 그래."


아이는 창문으로 밖을 살펴보았다. 내가 잠깐 딴데를 본 사이에 또 드르륵 소리가 났다.


"그것 봐. 소리 나지?"

"내가 블라인드 내리는 소리야."


아이는 열심히 블라인드를 내렸다. 엄마의 말에 아이도 꼭 누군가가 집 안을 들여다볼 것 같았나 보다.

우린 귀를 기울였지만 더이상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나는 아까 들은 소리가 꼭 '크리스마스 유령'이 쇠사슬을 끌고 가는 소리 같다고 생각했다.

살면서 무슨 잘못한 일이 있는지 한참 생각해 보았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바깥이 온통 새해얗다. 밤새 눈이 온 것이다. 그때였다.


드르륵드륵드륵.


지붕에 쌓였던 눈이 갈라지며 처마 아래로 쏟아져 내린다.


간밤의 그 오싹한 소리는 지붕에 두텁게 쌓인 눈이 무게에 못이겨 묵직하게 갈라져 쏟아져내리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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