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누구의 감나무냐

by 정이나

나는 마당 있는 집에 산다. 한쪽에는 감나무가 있고 밭에는 대추나무도 있다. 대추나무에 파란 달린 초록색 대추 알들이 위에서부터 물감 흐르듯 아래를 향해 붉게 익어 간다. 붉은 부분이 대추 알의 반 정도 물들이면 그때부터는 따서 먹어도 된다.


힘들게 풀을 멘다든지, 밭의 이런저런 작물을 돌보다가 대추나무 있는께에 이르러, 익은 대추가 있으면 더듬어 따서는 주머니에 몇 알씩 넣는다. 대추나무에는 억센 가시가 많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그러고 있노라면, 지나가던 사람이 말없이 다가와서는 저도 따서 주머니에 넣는다.


“거, 왜 따쇼?”

“당신도 따고 있잖아요.”

“이건 내 대추나무니까 따지요.”

“아... 저도 따면 안 될까요?”

“헛허... 글쎄, 안 되지 않을까요?”


그 사람은 뭐 별 인색한 사람 다 보겠다는 듯이 밭을 나간다.


마당 끝에는 익으면 홍시가 되는 감나무가 우뚝 서 있다. 단단할 때 따서 마당에 바람을 쐬어 놓으면 날마다 조금씩 말랑말랑해지는데, 하루에 한두 번씩 만져보아 맛있게 물러지는 것들을 따로 집안에 옮겨 놓는다.


감나무는 대추나무와 달리 키가 커서 따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한창때는 감나무 아래에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서는 긴 가위를 이용하여 감을 땄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니 그런 위험은 감수하기가 어렵다. 그냥 손을 뻗쳐 닿는 곳에 있는 감만 딴다. 우리는 누군가 몰래 따 가 버린 감들에 대해서는 잊기로 하고, 남은 마흔 몇 개를 딴다. 반쯤은 온전한 것이고, 벌레 먹은 것, 물러버린 것들도 똑 따서 고맙게 바구니에 넣는다. 높은 곳에 달린 감은 장비가 있는 이웃에게 따서 드시라고 한다. 아주 높은 곳에 달린 감 한두 개는 까치밥으로 남겨 두고.


홍시를 잘 먹지 않는 남편은 감을 따긴 땄는데, 이걸 다 어떡하느냐고 한다. 마트에서 파는 홍시보다 훨씬 알이 굵은 것이다. 남편은 제사 때 누나들이 오시면 감을 나누어 준다고 한다. 나는 갑자기 약간 토라졌다.


“그냥 둬. 이거 다 내가 먹을 거야!”

“정말이야?”

“그럼, 그전에 어머님이 이걸 얼마나 좋아하셨는데! 어머님처럼 내가 오며 가며 다 먹을 거라고.”


하지만 다 먹을 수 없다는 것을 나도 안다. 항상 남에게 퍼 주길 좋아하는 남편에게 핀잔을 주시던 어머님이 생각나서 그렇게 말한 것이다.


집 안에 둔 홍시가 잘 익으면 먹기도 하고, 4등분해서 비닐에 싸서 냉동하기도 한다. 벌레 먹고 무른 것부터 익으니 상한 곳을 도려내고 열심히 얼려 놓았다. 내 겨울 간식이 될 것이다.


손상 없이 반질반질한 감들은 아직 단단한 편이다. 형님들이 우리집에 오셨다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갈 때, 제일 먼저 감을 십여 개씩 나누어 담은 상자를 건네 드렸다. 형님들이 감을 집에 가져가서, 반질반질한 고운 감 빛깔을 날마다 바라보고 손가락 끝으로 조물조물 만져 보면서 하나씩 식구들과 나누어 먹는 모습을 정겹게 그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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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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