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하운 <뜻밖의 계절>
평생 종이책만 읽었던 옛날 사람으로서, 전자책은 뭔가 성에 차지 않았고, 오디오북은 더욱 그랬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핸드폰을 하도 봐서 그런지 눈이 점점 건조하고 침침하고 피곤해졌다. 그러다 보니 어느 날인가부터 유튜브에서 오디오북을 찾아 듣기 시작했다. 그런데 유튜브 오디오북은 저작권이 소멸된 옛날 작품들이 많았고, 그것들도 재미있긴 했지만 약간 아쉬움이 있었다. 나는 혹시 도서관에서 오디오북도 대출받을 수 있나 궁금해졌다.
아이가 어렸을 때 자주 이용하던 지역 도서관 앱으로 들어가 보니, 하도 오랫동안 안 들어가서 그런지 아이디와 비번도 잊어 버렸다. 업데이트도 했다. 어찌어찌 들어가 보니 정말로 오디오북도 대여하는 것이었다! 세상에 이렇게 세상의 변화에 어두운 사람이 또 있을까? 자세히 보니 읽고 싶은 책에 예약을 걸어 두고 내 차례가 오면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근데 어떤 책인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정말로 대여가 되는지, 어떤 방식으로 들을 수 있는지 궁금해서 예약이 하나도 안 걸려 있는 책을 시험삼아 대출 버튼을 눌러 보았다.
그랬더니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앱을 다운 받으라고 한다. 그대로 해서 보니 진짜로 오디오북이 팽팽 돌아간다. 유튜브에 있는, 한 명이 여러 명의 목소리를 내어 책을 읽는, asmr 비슷하게 차분하게 읽는 오디오북과는 사뭇 다르다. 여러 명의 성우가 실감나게 연기를 하면서 읽는다. 오디오극장 같다. 각종 효과나 음악도 화려하다. 생각에 이 정도 퀄리티로 만들려면 사오 백은 들 것 같다! 하여튼...돈 생각은 이제 그만 하고... 들어보니 내용도 흥미로웠다. 그런데 2꼭지를 듣고 나서 다른 작품을 찾아보았다. 그때 찾은 작품이 바로 임하운 작가의 <뜻밖의 계절>!
근데 당시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겨서 바로 들어볼 수는 없었다. 며칠 지나서 듣기 시작했는데, 어머나, 너무나 좋은 작품이었다. 처음에 두 꼭지만 다운받고 듣기 시작했는데, 넥플릭스의 어떤 재미있는 드라마보다 더 흥미로웠다. 작가, 그러니까 주인공의 삶과 세상을 보는 방식이 담담하면서도 신선하였고, 그에게 일어나는 평범하고 아무럴 것 없으면서도 독특한 일들이 무척 내 마음을 끌었다.
그런데 며칠 지나 듣기 시작해서 그런지 반납까지 이틀 밖에 남지 않았다. 그때 보니, 예약을 건 사람이 없어서인지 1회에 한해 연장이 가능했다. 나는 얼른 연장했다. 그런데 삶은 내가 책을 읽게 가만 놔두지 않는 법! 어쨌든 나는 얼른 홈페이지에 들어가 남은 꼭지를 모두 다운받았다. 틈틈히 듣고, 혹시 다 듣지 못하면 나중에 또 대출받으면 되지 뭐 싶었다.
전자도서관 시스템의 좋은 점 중 하나는 도서관까지 무거운 책을 들고가서 반납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더이상 계속 읽고 싶지 않은 책은 버튼 하나로 반납할 수 있고, 대출기간이 끝나면 자동으로 반납된다. 왜 진작 이 좋은 걸 몰랐을까 싶지만, 이제부터라도 잘 이용하면 된다. 남편에게도 권했다. 전자도서관 전도사가 될 것 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