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해마다 가을이면 피아노 조율을 받는다. 조율사님을 만나는 게 연례행사가 된 셈이다. 보통 10월에 받곤 했는데, 올해는 일들이 너무 많아 조율 받는 시기가 좀 늦었다.
피아노 조율을 받을 때면 먼저 방문 피아노 선생님께 조율사님께 무엇을 요청하면 좋을지 의견을 묻는다. 피아노의 왼쪽 낮은 음 부분이 흔들리니 분명하게 하나로 들리게 하면 좋겠다고 말씀하신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는 할 필요도 없었다. 피아노를 열자마자 피아노가 많이 흔들려 있다고 한다. 지난 봄인가 여름에 피아노를 다른 방에서 내 방으로 막 옮기는 바람에 그렇게 된 것이다. 원래는 옮기자마자 조율받는 게 좋지만 듣는 귀가 없는 나로서는 불편할 것도 없었다. 그러다보니 몇 달이 흘러 이렇게 된 것이다.
어렸을 때 피아노를 배운 적이 있고, 건너뛰고 결혼 전에 피아노를 사서 조율 받아 봤고, 몇 년 전 중고 피아노를 사서 새로운 조율사님을 만난 적이 있다. 총 3분의 조율사님을 만난 셈엔데, 다들 하나같이 10분 안쪽으로 조율을 마치고, 좀더 요청을 드리면 '중고라서 더 이상 안 된다'거나, '이 피아노는 이렇게밖에 안 된다'고 하셨다. 내가 아무리 듣는 귀가 없었어도 그건 아니지 싶었지만 막상 그렇게 피아노를 치지도 않고 판단 능력이 없으니 그러고 말았었다. 그러다 몇 년 전에, 중고가 아닌 새 피아노를 사려 마음먹고는 삼익본사에 가서 피아노를 샀다. 그리고 삼익에서 연결해 준 현재의 조율사님을 만났다.
조율사님은 직전 조율사님이 '더 이상 안 된다'고 했던 중고 피아노에 새 생명을 불어넣어 주셨고, 새 피아노의 건반이 너무 무겁게 느껴져서 좀 가볍게 해 달라고 하자 조정도 해 주셨다. 지금도 조율에 1시간 정도를 들여서 정성스럽게 해 주시고 계신다. 조율을 하고 나면 왠지 음들이 더 맑고 명료한 것 같다. 그러하나 여전히 난 객관적인 판단 능력이 없다. 그래도 그 태도와 들이는 시간과 한 음 한 음 누르며 조율하시는 모습을 보고 믿는 것이다. 또 다음 주에 방문하실 피아노 선생님이 피아노 조율 상태에 대해 나름대로 말씀해 주시겠지 싶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이 조율사님은 피아노 배우는 아이들의 수가 줄어가는 이 마당에도 일이 줄지 않고 오히려 늘었다고 이야기하신다. 일하다 보면 소개로 학원이나 교육원 같은 곳에 새로이 일하게 된다고.
내가 바랐던 것은 그냥 기본이었는데, 그 기본만 잘 지켜도 서비스받는 사람은 그것을 알아차린다. 중고니까, 그리고 잘 모르는 것 같으니까 대충 말로 때우고 넘어가는 것, 그것은 자멸을 재촉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또 생각해 보면 그런 식으로 해서 계속 잘 사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을 거다. 나처럼, 그냥 다들 넘어가니까. 그렇다, 사는 것도 가지각색이고, 우리 모두는 결국 생긴대로, 직성이 풀리는 대로 살 뿐이다. 그것이 조금 옳든 조금 그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