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s in my room?
우리집은 방이 세 개다. 그중 가장 작은 방이 내 방이다. 40을 훌쩍 넘겨 처음으로 갖게 된 '내' 방이다. 내 방 네 귀퉁이에는 네 가지 중요한 물건들이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 귀퉁이에는 번쩍번쩍한 피아노가, 맞은편에는 PC가 있는 책상이 있다. 다른쪽에는 침대가, 맞은편에는 낮은 책장이 있다. 낮은 책장 위에는 몇 가지 수경식물들과 식물용 LED가 설치되어 있다.
피아노의자랑 책상의자는 거의 맞닿아 있다. 침대 발치랑 책장 사이에는 한뼘 반의 공간만이 남아 있다. 그래도 한쪽 벽 한가운데에 엉뚱하게 뚫려 있는 문 앞에는 무엇이 있을 수 없으니 공간이 좀 남았다. 그곳에서는 밥 먹고 난 뒤 서서 체조를 하기 좋다. 약간의 자투리 공간에는 작은 선반이랑, 제법 커다란 벤자민 화분, 그리고 작은 히터가 놓여 있다. 침대 밑에는 미술 도구들을 넣어 둔 큼직한 리빙박스가 2개 들어가 있다.
어쩌다 보니 맥시멀리스트가 되어 버린 내게 방은 좀 좁은 것 같다. 위에 말한 것들이 다 들어가는 것을 보면 제법 큰 방인데도. 몇 안 되는 옷이 걸린 행거는 거실에 나가 있고, 미술용 책상 역시 거실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 전신 거울도 거실에 있고, 가방이랑 인형도 거실에 있다. 해가 갈수록 방에 있던 것들이 점점 삐져 나가서 거실을 차지하게 되었다.
남편과 같이 쓰던 안방에도 내 물건이 있다. 또 한 대의 피아노랑, 인형, 계절 옷들이 있다. 그래도 많이 정리한 것이고, 새로운 물건을 되도록 안 사려고 노력한다. 환경도 지켜야겠지만 우선 놓을 데가 없다. 어제도 집에서 입는 펑퍼짐한 바지의 허리에 끈을 넣어 조였다.
피아노 방문 선생님이, 실용음악을 배우고 있으니 전자키보드를 하나 놓으면 어떻겠냐고 한다. 나는 선생님께 말했다.
"둘러보세요. 아무리 생각해도 어디 놓을 데가 없어요."
"그렇군요."
선생님도 동의한다.
한 50센티만 더 큰 방이었으면, 하고 자주 생각하지만, 50센티 더 작은 방이었어도 나는 이 방을 좋아했을 것 같다. 벽은 하늘색 페인트로 곱게 칠했고, 작은 에어컨도 벽에 달려 있다. 작은 방인데도 창문이 2개나 있다. 한쪽은 동향이고 한쪽은 남향이다. 동향에 식물들을 배치해 놓고 아침 햇살을 흠뻑 받게 해 준다. 동그란 어항에 '아누비아스 나나'라는 수생식물과 마리모를 키워서 아침마다 어항에 비치는 찬란한 햇살을 감상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창문 같은 하얀 프레임의 액자에는 시원스런 풍경화가 들어가 있다. 국화 작은 다발은 사온지 2주나 되었는데도 강렬한 향기를 내뿜는다.
동쪽 창문으로 밖을 내다 보면 대문밖으로 저 멀리 산업도로의 자동차들이 생생 달리는 모습이 보인다. 대문 안의 마당도 보인다. 널어 놓은 빨래랑, 내다 놓은 주황빛 감도 보인다. 마당에서 내 방 동쪽 창문을 바라보면 컴퓨터 앞에 앉은 내 옆모습이 마치 옛날 명화 속의 한 장면 같다고 남편이 말하곤 한다.
"나, 옆모습 별룬데."
"아니야, 정말 분위기 있어."
남편이 해 주는 말에 부끄러워, 남편 어깨를 치면서 배시시 웃는 '나'도 내 방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