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사는 것만이 행복일까? 한 사람이 있다고 치자. 건강하고 머리도 좋아서 별다른 어려움 없이 국토종주도 하고, 산이란 산은 다 올랐으며, 특별히 건강관리에 신경을 쓰지도 않았다. 원래 술도 담배도 흥미없었고, 머리가 좋아 학력도 좋고 전문직을 가져서 돈도 충분히 잘 버니까 좋은 것만 먹었다. 보고 싶은 책은 무엇이든지 사서 읽고, 해외 여행도 원없이 했다.
노년이 된 어느 날, 마지막을 맞이한 그 사람은 자신의 삶을 어떤 마음으로 돌아보았을까? 나는 그가 어떤 마음인지 결코 알 수 없다. 왜냐 하면 그와 나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았으니까.
이번에 남편이 큰 수술을 받게 되자 남편은 두 가지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첫째는 그냥 이대로 끝내고 싶었던 마음. 둘째는 자기가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남을 가족들에 대한 걱정.
죽은 사람과 남은 사람 중 누가 더 불쌍한가에 대한 오래된 질문은 제쳐 두고, 곧 세상을 떠날 사람이 남을 사람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걱정한다면 그건 그 사람(세상 떠날 사람)이 조금이라도 행복했다는 증거가 아닐까? 자신이 걱정하는 그 사람을 사랑하고 염려한다는 뜻이니까. 그 사람과 함께한 시간이 소중하고 좋았다는 뜻이니까.
적어도 내게 있어선,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사는 것만이 행복의 증거는 아닌 것 같다. 내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가 내 행복의 척도이고, 나는 무척 행복하단 걸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