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니 나도 있었네
질문 74. 남들이 못 말린다고 말할 정도로 깊게 빠져 본 경험이 있나요? 나를 움직이게 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남들이 못 말린다고 할 정도로 무슨 일에 정말 미친 듯이 깊게 빠진 적이 없는 것 같아요.
36번째 질문에 답할 때 제가 다능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씀드렸었는데요, 그래서인지 무언가를 깊게 좋아했다가도 어느 정도 선에 이르면 금방 빠져나오곤 했던 것 같아요.
대상이 사람이든 물건이든, 주변에 오래도록 덕질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부러웠어요. 무언가 하나에 저렇게 꽂혀서 미칠 수 있다는 것이 말이에요. 그만큼 사랑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니까요.
그렇지만 내게 있어 the most를 꼽아보자면, 가장 깊게 빠졌었고 사랑했던 대상은 단연코 여행입니다.
자고로 '덕질'이라 함은 그것에 시간과 돈을 펑펑 써도 아깝지 않아야 하는데 말이죠, 저에게 그런 것은 오직 여행뿐이었어요.
물욕이 별로 없기도 하지만, 늘 아끼며 궁상맞다 싶을 정도로 살아와서 돈을 잘 못쓰는 편이에요. 그렇지만 여행하는 데 쓰는 돈은 아깝지 않았어요.
그렇다고 돈을 펑펑 쓰며 여행한 것은 아니에요. 늘 가장 저렴한 비행기 티켓과 숙소는 물론이고 카우치 서핑까지 해봤을 정도로 이코노미컬한 여행을 했죠.
나에게 돈 200만 원이 갑자기 주어진다면 저는 옷이나 가방을 사지 않고 여행을 할 거예요. '난 거적때기를 입더라도 옷살 돈으로 여행을 할 거야'라고 한 적도 있으니 말 다했죠.
지금까지 여행한 곳들은 핀란드/스코틀랜드/아일랜드/스페인/포르투갈/프랑스/인도/캄보디아/말레이시아/후쿠오카/크로아티아/몬테네그로/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오사카/방콕/싱가포르/뉴질랜드/이탈리아/남프랑스/샌프란시스코/하노이/도쿄/광저우/아르헨티나/터키/라오스/라다크(북인도). 그리고 8번의 제주도와 국내 여행 다수입니다.
글을 쓰며 생각해보니 남들이 못 말린다고 말하지 않아서 그렇지 여행에 정말 깊게 빠졌던 것 같아요. "또 가??" "또 혼자가??" 이런 말은 많이 들었어요. 한 해에 3번 여행한 적도 있고요. 틈만 나면 여행을 생각하고, 여행에서 다음 여행을 계획했어요.
나를 움직이게 했던 가장 큰 원동력은?
길 위에서 느끼는 에너지와 행복감이랄까요. 본래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성격이에요. 주말에 집에만 있는 것은 있을 수 없고, 만약 그래야 한다면 우울해지는 밖순이입니다.
여행을 하면 아드레날린이 마구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아요.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풍경, 때로는 더러워도 신기한 풍경(ex.인도)들로 가득 찬 새로운 공간. 그 속에 있는 나. 그냥 이 자체로 행복해요.
원래도 잘 웃지만, 여행을 하면 입이 귀에 걸립니다. 지금 여행하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졌어요!
사주나 타로를 믿지는 않지만, 친구 따라 갔던 곳들에서 모두 입을 모아 저에게 역마살이 있다고 했어요. 그들의 말이 영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아요.
다시 자유롭게 여행할 날이 어서 오기를 간절히 바라며, 제가 좋아하는 책의 한 구절을 쓰며 이 글을 마칩니다.
우리 모두는 이 세상에 여행을 온 것이다. 더 배우고, 더 경험하고, 더 성장하기 위해......
이 여행을 마치고 떠나갈 때, 나는 신 앞에 서서 이것 하나만은 말할 수 있다.
나는 여행자라는 실을 잊지 않았노라고. 그래서 늘 길 위에 서 있고자 노력했노라고.
내 배움은 학교가 아니라 길에서 얻어진 것이라고.